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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불복 안 된다
통진당 해산 불복 안 된다
  • 이태균
  • 승인 2014.12.24 0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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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해산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변론하고 정부의 해산심판청구 부당성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선고했다. 헌재가 절대다수인 8:1로 해산 결정을 했음에도 재판에 직접 참여한 이 전 대표는 물론 통진당은 이에 불복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오병윤ㆍ김미희 전 의원을 비롯한 전직 통진당 의원들은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을 박탈한 헌재 결정은 무효”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내년 4월의 보궐선거에도 다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면서 새로운 정당 창당까지 시사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 불복할 수 없는 사법의 최후 판단이다.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내려진 결정인 만큼 통진당과 국민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옳다. 그런 만큼 진보 진영은 퇴행적 불복 투쟁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이 기회를 진보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는 게 현명하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민주 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한 건전한 진보정당 출현을 원했지만 통진당은 종북 논란으로 진보 진영의 궤도를 이탈한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국회에 진출시켜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켰던 것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노당의 맥을 이은 통진당은 시대에 역행하는 종북 의혹을 씻어내지 못하고 결국 강제로 ‘헌법에 의한 퇴출’까지 받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정당은 국민들의 욕구와 시대정신에 가까운 이념과 정책을 제시할 때는 지지를 늘렸고, 그렇지 못하고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의심을 받을 때는 지지를 잃었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때, 이석기 사건 때, 진보당 지도부가 이 사건을 옹호할 때 국민은 지지를 철회했고 그 때문에 진보당은 신뢰를 잃고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국민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인식해 정치적 선택을 한 결과이다. 사실 진보당의 이런 행태 때문에 진보당은 쇠퇴하는 중이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진보적 가치가 부정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성이 인정되고 진보와 보수가 상호 경쟁하며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성숙된 민주사회라 할 수 있다. 때마침 진보 진영 일부에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들린다. 새로 탄생할 진보 정치는 종북과는 분명하게 차별이 있는 진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민생을 위한 정책 개발에 앞장서는 한편 인권과 공동체 의식은 물론 민주적 질서를 존중하는 진보적 가치에 충실해야 국민으로부터 환영받는 새로운 진보 정당이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관용하는 자유주의의 확산에 자부심을 느낀 국민들이지만 사상과 이념에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문에 담긴 핵심이다. 비록 소수의 사상과 이념이라도 종북이나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질서를 파괴하려는 정당은 우리나라에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법의 잣대로 정치의 핵심적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밝힌 민주주의, 민주적 기본 질서, 정당이라는 개념들을 살펴보면 헌법에 기초해 정치 문제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판관은 모두 판사와 검사 출신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409일에 걸쳐 20회의 공개 변론을 통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정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민주주의 이념과 제도는 자유로운 정치적 결사를 전제로 한다. 일정한 정치적 견해로 뭉친 정당 간의 자유로운 경쟁 없이는 현대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당까지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하며, 통진당과 재야 일부의 반대집회나 시위는 법질서 파괴와 국론통합에 역행하는 행위임으로 중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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