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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10.26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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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42)
 192. 제작 과정

 크기도 대단하지만, 출중한 그림에 천연색까지 가미한 황금마왕은 일본 아류작이라는 사실을 빼고는 가히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급 작품이 아닐까. 세월이 지나면 뭐든 발전해야 하지만, 한국 만화는 황금 시절 이후, 이상하게 점점 퇴진했다.

 일본에서 사막의 마왕이 출간된 후 다른 모양의 단행본이나 잡지 연재 등으로 번안됐지만, 색 분해를 하지 못하고 흑백으로 조잡스럽게 인쇄되어 원작의 가치를 훼손했다.

 1957년, 누가 원작에 버금가는 작품을 만들어 냈을까? 나는 한국 만화사에 그 진실을 남기기 위해 황금마왕에 대한 자료를 추적해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 흔적을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지만, 어느 카페에서 황금마왕의 저자를 박광현 선생님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저자가 선생님이라는 것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렇다! 틀림없다. 그러니 그런 대작을 그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천연색 만화를 번안한다면 원작 만화를 그대로 놓고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연색 만화를 번안할 때는 그림을 다시 그린 후에 흑백의 그림을 페이지마다 4장의 필름을 만들고 1장의 필름에서는 흑백 펜선을, 다른 3장은 각각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나눠 그려 넣는다. 그렇게 페이지당 4번 인쇄를 거쳐야 완벽한 천연색 만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출판사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박광현 선생님은 사막의 마왕의 원고 청탁을 받고 어려운 제작을 시작한 것이다. 원작을 간추려 내용을 정하고 한 권을 50페이지가량으로 제작했다.

 펜화를 마친 선생님은 원작을 앞에 두고 3장의 필름으로 색을 분해했을 것이다. 표지 한 장의 색 분해도 쉬운 일이 아닌데 모든 페이지에 색 분해를 하는 것은 대단한 작업이다.

 선생님 성격에 차분히 계획을 세워 하루하루를 작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감일을 넉넉히 정해 놓았다 하더라도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선생님은 시간이 남을 땐 친구와 술 한잔 하며 여유를 부리다가 마감일이 다가오면 그제야 밤을 새워 작업했을 것이다.

 그렇게 제작된 황금마왕은 책을 적게 만들어 그런지, 책이 금방 팔려서 그런지 삼천포 같은 시골구석에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그러니 출판할 때부터 벌써 귀한 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은 자료도 찾아볼 수가 없다. 겨우 있다는 것이 아류작의 책이 어느 책표지에 선전돼 나온 것 정도다.

 근래 일본에서는 사막의 마왕의 연재 종료 후 58년만에 전편 복간된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황금마왕이 역사상 기록될만한 작품인데, 그 흔적마저 찾아볼 수 없으니… 아쉬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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