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22:44 (금)
미심쩍은 정부 에볼라 대응책
미심쩍은 정부 에볼라 대응책
  • 조성돈
  • 승인 2014.10.21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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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감염자 9천여 명, 사망자 4천500여 명을 넘어선 가운데 공포가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20일 관계부처 협의회를 열어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긴급구호팀 파견 문제를 논의했다. 파견지역은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가 될 모양이다. 에볼라에 대한 공포로 세계가 떠들썩하니 정부로서 무언가 해야겠다 싶어 구호팀을 파견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와 함께 실익보다는 생색에 연연하는 관행이 섞여 있어 씁쓸하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 에볼라 발병 3개국 대표가 불참하자, 전전긍긍하고 있던 주최 측은 겉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내심 살았다 싶어 한숨 돌렸다. 사실은 그동안 외교 통로로 이들 에볼라 관리대상국에 참가 자제를 요청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에볼라 발병지역으로 우리 발로 찾아가겠다니? 에볼라 대응을 위해 해외긴급구호대(KDRT) 파견하는 것이 과연 생색을 넘어 실익을 가져올까? 찾아가서 얻은 것은 전무하고 감염의 위험만 있다면, 정부의 계획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필자가 우려하는 바를 요약하면 첫째, 우리는 에볼라가 어떤 질병인지를 거의 모르고 있다. 정체를 모를 땐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에볼라 환자에게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관찰되기 때문에 그 원인을 에볼라 바이러스로 짐작할 뿐이다. 다른 원인들이 어떻게 중첩돼 발병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에볼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스페인 숙녀 바이러스’(1억 명 이상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됨. 1918년 일본 총독부에 따르면 800만 명의 한국인이 갑자기 죽음)에 대한 실험결과는 예측을 전혀 뒤엎는 것이었다. 미 해군죄수들을 상대로 한 그 실험의 결과를 유추하면, 에볼라 바이러스를 투여해도 에볼라가 발병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우리가 찾아가는 목적이 대응책 수립 때문이라지만, 현재로써는 대응책이란 없다. 의사가 행하는 에볼라 치료란 질병 초기에는 링거주사를 놓아 주고, 기다렸다가 회복 가망이 없어지면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이 전부다. 이들의 용기와 헌신이 ‘수많은 생명을 지켜내고 있다’는 앵커의 공치사는 터무니없다. 왜냐하면 의사들이 환자를 만나는 이유는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편안히 눈을 감도록 돕는 것뿐이라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링거나 진통제를 투여해 주기 위해, 아니면 단지 어떻게 숨을 거두는지 관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먼 나라로 달려간단 말인가? 혹시 그 죽음의 현장에 치료법도 예방법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대응책이라니? 돈을 들여 멀리 간다면 저들에게도 도움을 주거나, 우리가 도움을 얻어야 할 것인데, 사정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셋째, 이득은 없지만 위험은 존재한다. 아프리카 밖 첫 에볼라 감염자인 스페인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는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스페인 선교사 환자를 치료하다 에볼라에 감염됐다. 과연 그녀가 부주의로 에볼라에 감염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앰버 조이 빈슨’이 과연 ‘부주의’했기 때문일까? 그 역시 누구보다 에볼라의 무서움은 물론 예방법을 잘 아는 의료인었다. 그런데도 감염되었다. 현재 그는 애틀랜타에 위치한 격리시설에 수용 중이다.

 에볼라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염하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다. 유감스럽게도 에볼라는 전문가나 비전문가를 가리지 않는다. 혹은 부주의한 사람이나 조심스런 사람도 가리지 않는다. 어설픈 대응책이 재앙을 불러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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