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현황과 실태’, 하 ‘환경오염 사례와 유형, 그 대책’ 순서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말 기준 제조업체 6천941개. 우리나라에서 경기도 안산시 다음으로 기업체가 많다는 김해시의 제조사 숫자다.과거 규제 완화로 지가가 싸고 공장 설립이 쉬운 김해로 인근 지역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인구가 늘고 그리 길지 않은 세월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도성장의 반대 급부로 골짜기, 골짜기마다 공장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난개발 문제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김해시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개발행위 허가 때 산지입지 경사도를 25도에서 11도 미만으로 대폭 강화해 2011년부터 산지를 훼손하는 나홀로 공장을 규제, 효과를 보고 있다.
대신 공장지역에 공장을 모아 놓기 위해 실수요 기업의 산업단지 조성을 장려하고 있다.
김해에는 기존 덕암ㆍ오척ㆍ주오 등 3개 산업단지와 병동ㆍ한림ㆍ나전 등 8개 농공단지에 230여 개 제조사가 입지해 있다. 전체 제조사의 3%만이 계획단지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따라서 김해시는 추가 산업단지 조성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8개 산업단지가 조성 중으로 골든루트, 테크노밸리, 이노비즈밸리, 나전1, 나전2, 가산, 신천, 덕암2산업단지가 그곳이다.
이처럼 한 지역이 발전할수록, 아니 발전하려면 기존 문제에 대한 개선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무분별한 공장 설립을 규제하고 이를 묶어 단지화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존 노후 공장들이 야기하는 환경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김해시에서는 환경관리과에서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를 전담한다.
소음, 진동부터 비산먼지, 악취, 대기오염, 폐수까지 거의 모든 환경오염 요인을 지도하고 단속하는 부서다.
20여 명이 근무하는 환경관리과에서 관리하는 오염물질 배출업소는 대략 7천여 곳 정도 된다. 이 중 기업체가 5천700여 곳, 축사 770곳, 대형 공사현장이 500여 곳이다.기업만 놓고 봐도 전체 기업의 80% 이상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셈인데 민원이나 제보가 있기 전에는 골짜기, 골짜기마다 들어앉은 나 홀로 공장을 일일이 지도 점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은 어떨까. 김해의 대표 자연 발생 공업지역인 안동공단을 찾았다. 수 많은 기업들 중에서도 오염물질 배출 정도가 가장 심한 축에 꼽히는 한 도금공장을 둘러봤다.
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비교적 깨끗한 업무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도금을 기다리는 벌겋게 녹슨 쇠붙이들을 공장 마당 여기저기 쌓아두고 비를 그대로 맞히고 있었다.
쇠붙이의 녹을 머금은 빗물은 공장 마당보다 낮은 도로로 흘러 결국 우수관을 타고 강으로 흘러들 터였다.
일감이 많은 공장은 비 가림 적재공간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 공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또 한 도금공장은 새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공장의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거 도금작업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화학약품통과 부산물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아무렇게나 방치된 화학약품 통에는 물에 잘 녹는 유독화합물질인 비산이라고 쓰여 있었고 이러한 오염물질들이 여과 없이 비를 맞고 있었다.
취재가 계속되자 또 다른 제보도 이어졌다. 산처리와 도장업으로 등록한 장유지역 한 공장이 현 등록 상태로 할 수 없는 도금업을 몰래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도금은 도금에 쓰이는 약품에서 독한 증기가 비산하기 때문에 오염방지시설을 잘 가동해도 반경 200~300m 이내 철 구조물이 녹이 슬 정도로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
이처럼 환경적 오염부하량이 커 김해시는 공익 차원에서 도금공장 허가를 억제하고 있다. 따라서 김해지역에 도금공장은 총 5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불법이 개입될 소지가 큰 업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