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6:02 (금)
뇌졸중 예방 신약
뇌졸중 예방 신약
  • 조성돈
  • 승인 2014.09.02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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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최근 뇌졸중 예방약에 대한 YTN 뉴스가 있었다. 뇌졸중은 이른바 4대 중증질환의 하나로, 성능이 입증된 뇌졸중 예방약이 새로이 나와 있음에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이 애태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박모 환자를 인터뷰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신약을 두고도, 잘 듣지도 않는 70년 된 ‘와파린’을 쓸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코멘트를 담았다.

 와파린이 1948년부터 유일한 혈전약으로 쓰였지만, ‘출혈 등 부작용이 많고’ 약효가 일정치 않음이 늘 지적돼 왔으며, 최근 이런 ‘부작용을 대부분 없앤 신약’들이 잇따라 나와 큰 희망을 주고 있음을 소개한다. 그리고 신약들이 보험적용이 안 돼 ‘그림의 떡’이란다. 이런 종류의 방송에는 반드시 한 의사가 등장한다.

 진실에 눈을 감는 이런 방송을 개탄하는 이는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최근 나온 ‘부작용을 대부분 없앤’ 신약들이란 베링거 잉겔하임사의 혈전용해제 ‘프라닥사’, 화이자와 BMS의 새로운 항혈전제 ‘엘리쿼스’, 그리고 바이엘과 J&J의 ‘자렐토’ 등으로 방송화면에도 그 약봉지들이 얼핏 보인다.

 효능을 추가하는 데 실패한 자렐토와 현재 승인심사 중인 엘리쿼스를 제외하고, 60년만에 최초로 출시했다는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 프라닥사를 한 번 살펴보자.

 프라닥사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신규 항응고제 가운데 유일하게 와파린 대비 허혈성 뇌졸중 및 출혈성 뇌졸중을 모두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으며, 두개(頭蓋) 내 출혈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한다. 그래서 효과적이고 안전하단다. 조금 더 깊이 살펴보자. 주장되고 있는 프라닥사의 효과는 허혈성ㆍ출혈성 뇌졸중 및 두개 내 출혈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는 사실뿐이다.

 그런데 프라닥사를 만든 제약회사는 이 약이 ‘때때로, 치명적인 출혈’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즉 다른 항응고제와 마찬가지로, 출혈 위험이 증가된 상태에서 주의를 요하며, 이 약으로 치료하는 동안 출혈은 ‘어느 부위에서든,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설명할 수 없는 헤모글로빈 또는 헤마토크릿의 감소 또는 혈압 하강시에는 특별히 조심할 것을 요구한다.

 아니나 다를까, 프라닥사와 관련된 일부 환자의 심각한 출혈 보고가 있었고, 유럽 당국들은 제약사에게 신중한 사용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졌으며, 애널리스트들은 프라닥사의 출혈 보고를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20개월간 1만 8천명 이상의 환자에서 혈전에 의한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 위험 감소에 대한 약의 안전성 조사(RE-LY 연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6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와파린 투여군과 비교할 때, 프라닥사는 110mg, 150mg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두개 내 출혈, 경증 출혈 및 기타 출혈에 대해 와파린 대비 0.80으로 더 낮은 발생률을 보였다. 즉 와파린보다 다소 안전했다.

 그러나 위장관계 출혈에서는 110mg-5.41%ㆍ150mg-6.11%ㆍ와파린-3.99%으로, 와파린보다 오히려 크게 위험했다. 그런데다 프라닥사를 복용할 경우, 출혈뿐 아니라 위장관계 이상반응 발생도 함께 증가했는데, 상복부통증ㆍ위염ㆍ복부불편ㆍ역류성 식도질환ㆍ연하곤란 등의 빈번한 발생이 그것이다.

 임상시험기간에 걸쳐, 부작용으로 인해 투약 중단까지 초래한 환자비율은 어찌된 일인지 와파린보다 프라닥사가 크게 높았다. 그래서 “부위에 상관없이 장애ㆍ생명에 위협을 가하거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제약사가 먼저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성능이 뛰어난 신약’을 두고도, 70년 된 와파린을 쓸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한다니. ‘부작용을 대부분 없앤’ 약이란 제약회사의 그릇된 광고에 불과하다. 그림의 떡은 더욱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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