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7:04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25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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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203)
 로터리 우물에 잉어를 키우고 개도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원장님은 점점 성격이 날카롭게 변하면서, 환자를 치료하다가도 안채에서 사모님의 날카로운 귀성을 울려대면 치료하던 환자를 돌려보내고 정신을 놓고 하셨다.

 손재주가 있어 구슬치기를 나보다 더 잘하던 막내, 그 위 자존심 때문에 아이들과 놀기를 꺼리던 아이,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을 즐기시던 원장님의 조수 형, 조수 형과 같이 나를 겁내키던 ‘진도’, 정서적인 원장님, 깐깐한 사모님, 로터리 동네에서 한자리하던 중앙치과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사를 하고 다시는 그들을 볼 수가 없게 된다. 궁금한 것은 사모님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병이 나았는지… 아니면 무당으로 나선 것인지… 그 때문에 피해를 본 가족들은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157. 얼굴을 잃어버린 아저씨

 1960년대 우리 집 길 건너 바로 앞집에는 이층으로 된 점포가 있고 그 점포에는 충무에서 사시다 오신 아저씨가 세탁소를 경업하고 있었다. 세탁소 아저씨는 우리 집을 늘 쳐다보고 살기 때문에 동네 개구쟁이 내가 늘상 무슨 짓을 하는 지켜보신다.

 학교 다닐 적에 나는 공부를 참 현명하게 하였다. 공부는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주의 깊게 듣고 또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공부는 잊어버리고 아이들을 불러내 놀러만 다녔다. 집에서 공부는 숙제 이상은 하지 않았다. 숙제도 하기 싫을 적에는 앞부분은 하고 중간은 빼어먹고 또 뒷부분을 하고는 하였다.

 선생님이 숙제 검사를 앞부분과 뒷부분만 하기 때문에 그 검사를 잘 이용하여 선생님을 속이곤 하였다.

 중학교 어느 여름 방학 때, 학교에서 1학기 성적표가 나와 아버지에게 보이고 도장을 찍어 달라고 하였다. 아버지는 도장은 찾았지만 인주를 찾지 못해 나더러 앞집 세탁소에 가서 빌려오라고 하셨다. 나는 세탁소에 가서 아저씨에게 인주를 빌려달라 했더니 아저씨는 어디다 도장을 찍을 건지 물어보시더니 자기가 도장을 찍어 줄 테니 도장과 성적표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아저씨는 “이 개구쟁이 녀석이 공부를 얼마나 잘하나”하고 호기심에서 성적표를 보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하신 것이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성적표와 도장을 가지고 아저씨에게 가져다주었다. 아저씨는 내 성적표를 유심히 살펴보시더니 도장을 찍어 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내가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들어오자 어머니가 나더러 “부진아 너 없을 때 앞집 세탁소 아저씨가 건너와서 나보고 하는 말이 “부진이는 크게 될 아이입니다” 하길래 내가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아저씨 하시는 말이 “부진이는 늘 놀러 다니고 공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데, 성적표를 보니 우등생만큼 합니다. 그러니…” 그러고 가셨단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싱긋 웃었다.

 나를 과대평가하신 것이다. 내 성적표를 보면 누구든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오해하게 된다. 왜냐하면 성적표 제일 위 칸 국어 작문에 나는 단골로 ‘수’이다. 그리고 또 미술에는 모두 ‘수’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거의 다 ‘우’이고 또 그 가운데 몇 개가 ‘수’도 끼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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