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2:29 (토)
말이 보배다
말이 보배다
  • 황소성
  • 승인 2014.08.24 2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황소성 감로정사 지도법사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말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말이 차지하는 영역은 상당하며 말이 곧 생활이라 할 만큼 말을 떠나서는 생활하기 어렵다. 사람은 짐승과 다르기 때문에 말을 사용하고 예의범절을 지킴으로써 인간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간혹 사람이 말을 잘못 사용했을 때는 타인으로부터 욕을 듣게 되고 더 심하게는 저 사람 짐승보다 못한 자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그래서 사람의 됨됨이를 보려면 우선 그 사람의 말씨를 들어보라고 했다.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말은 교양 있는 말과 교양 없는 말이 있다. 교양 있는 말은 말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말하기 전에 할 말 못 할 말을 선택하여 하는 말이다. 설령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가식적으로 아무리 좋은 말을 꾸며서 말하더라도 그 말은 상대에게 좋은 뜻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나운 사람의 말이 거칠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의 말이 난잡한 것은 그런 연유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말이란 말하는 그 사람의 마음의 표시일뿐 아니라 그 마음속의 바라는 바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말은 진실되게 바르고 쉽게 쓰는 사람은 그 말만큼 온당한 사람이라 한다.

 일찍이 청빈한 선비로서 한세상을 살았던 방촌 황희 정승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날 방촌 선생은 농촌 길을 가다 쉬고 있는 농부와 말을 주고받았는데, 소 두 마리로 밭갈이하는 것을 본 방촌은 농부에게 “저 두 마리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 하니 농부는 그의 손을 잡고 소가 있는 곳으로부터 반대쪽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누른 소는 일을 잘하는데 검은 소는 약간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말한 뒤 다시 자기가 쉬던곳으로 되돌아 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를 본 방촌 선비는 그 농부에게 의아심을 가지고 “그런 말을 하는데 왜 이렇게 다른 곳으로까지 와서 귓속말로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하고 되묻자 농부는 “허허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짐승이라 하더라도 제 잘못을 말하는데 어찌 좋아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굳이 잘못이 있지도 않은데 공연한 말로 불쾌하게 할 것까지야 없지요”라는 말을 들은 그는 크게 깨닫고 처세에 있어서 언행에 조심하여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신중을 기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방촌은 고매한 인품과 너그러움이 있는 여유 있고 어진 선비로서 90평생을 살았고 관직 생활 중 19년간이나 영의정으로 청백리로서 살다 가신 분이다. 속담에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방촌은 마음이 한없이 너그럽고 모난 데가 없이 언제 어디서나 말 한마디라도 함부로 헛되이 말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옛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장부일언 중천금이다’라는 말을 들어보면 말의 값이 얼마나 값진 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말이란 잘 사용하게 되면 보배가 되고 잘못 사용하게 되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 말이란 사용하기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이 교차된다. 날마다 우리는 좋은 말을 사용하며 저마다 가슴속에 보배의 말을 간직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