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43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13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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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96)
 151. 위험한 임무

 나무, 바위, 흙은 강을 건너기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장철 일행은 풀숲을 헤치며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간다. 한 번씩 소쩍새가 일행 앞에서 후다닥 소리를 내고 날아가 두 대원의 정신을 빼놓고는 한다.

 다행히 인민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오솔길을 한참 오르자 작은 불빛이 나타났다. 임무 수행지인 인민군 대기소다. 인민군 보초들이 지나는 군인을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장철은 수행지를 확인한 후 풀 길을 벗어나 언덕을 올라 대기소 뒤쪽으로 향한다.

 그렇게 뒤쪽으로 접근한 두 대원은 열려있는 창문 틈로 대기소 안을 살펴봤다. 안에는 무엇인가 열심히 쓰는 인민군과 또 총을 닦고 있는 인민군이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인민군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는 하얀 종이 뭉치가 놓여 있었다. 그 서류가 장철 일행이 가지고 가야 할 서류 뭉치다.

 가져온 장총으로 그들을 죽여버리면 끝이지만, 총소리를 듣고 인근에 배치된 인민군이 다 몰려들 것이다.

 장철은 커다란 돌 하나를 들어 문 쪽으로 던진다.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안에서 글을 쓰고 있던 인민군 병사가 “밖에 누가 왔나?”라면서 대기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그때를 기해 장철은 단검을 던졌다. 인민군은 “윽” 소리를 지르며 비틀거리자 송충식이 빠르게 그를 덮쳐 단검으로 가슴을 찌른다.

 소리를 듣고 다른 인민군이 “뭐야 동무”라며 총을 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온다.

 그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철이 날쌔게 한 손으로 인민군의 목을 감고 단검으로 가슴을 찌른다. 순간 인민군은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는 총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알은 잔잔한 하늘을 찌르고 날카로운 총성이 적막한 산천을 갈라놓았다. 큰일이다. 총소리를 내지 말고 처치하라는 지침을 어긴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두 대원은 후다닥 대기소 안으로 들어갔고,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송충식이 집는다. 그리고 나오면서 문 앞의 구두로 바꿔 신고 그곳을 빠져나온다.

 총소리가 나자 인근 부대에 있는 인민군들이 대기소로 몰려왔다. 장철 일행은 강가로 힘껏 뛰기 시작한다. 대기소까지 온 인민군들은 처참한 현장을 목격하고는 장철이 사라진 길을 따라 추적해 온다. 인민군들은 지쳐 있는 장철 일행 뒤를 따라붙으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때 송충식이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지고 만다. 앞으로 뛰어 나가던 장철이 그가 쓰러진 것을 보고 멈춰 섰을 때는 이미 거리가 20m나 떨어져 있었다. 뒤에는 곧 인민군들이 추적해 온다. 그대로 달려야 한 사람이라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비밀 서류를 송충식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류를 가지러 사지에 들어왔는데, 그것을 놓치고 돌아간다면 공든 임무는 헛수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죽든 살든 장철은 송충식 쪽으로 되돌아간다. 인민군들이 쏘는 총알은 장철의 발 앞에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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