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 비밀 풀었다?
암 발생 비밀 풀었다?
  • 조성돈
  • 승인 2014.08.1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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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돈 전 언론인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창발센터’라는 연구기관이 있다. 기관의 이름부터가 복잡하다 못해 기괴하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이해하겠는데,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창발센터’가 대체 뭐란 말인가. 한참 동안 찬찬히 뜯어본 결과,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지만, 기관의 성격이 선명하게 잡히질 않는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방문, 연구목표들을 보았는데, 떡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공공연구기관 성격의 산하에 이런 엄청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 있었던가 하고.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융합기술전문연구기관으로 알려져 있고, 서울대학교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경기도 지원 정책의 결합으로 수년 전 탄생했다.

 연구목표는 Glocalized Health Care Systemㆍ개인 맞춤 헬쓰케어 시스템 원천기술 개발ㆍ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원천융합기술 개발ㆍIT 등 기술융합을 통한 차세대 헬쓰케어 산업육성을 위한 메카구축 등 6개 항목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소년이여 꿈을 가져라’고 했던가, 이제 막 태어난 기관의 호기치고는 지나치다 싶어 조금 언급코자 한다.

 무엇보다 위 목표들은 엄청난 자원과 인력, 그리고 상당한 세월을 요하는 것으로, 정부 중앙부처로서도 버거운 과제다. 누군가가 애써 지은 이름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무언가 밖으로 드러내지 못해 안달하는 그들의 치기보다 덜 점잖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공공기관의 이름인지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될 터인즉, 쓴 소리를 수용하길 기대하며 몇자 적어 보는 것이다. 민간기업이라면 모를까, 공공 연구기관이 ‘식의약맞춤치료시스템창발센터’라고 하는 복잡한 이름은 심히 곤란하다. 무언가 자신없어해 하는 조바심이 역력하다. 공공기관이라면 좀 더 당당하고 또 담담해야 한다. 그리고 의기소침해서도, 과대포장해서도 안된다.

 ‘식의약’과 ‘맞춤치료’의 개념은 서로 딱 들어맞지 않아 중언부언하는 느낌이고, ‘맞춤치료’와 ‘시스템’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창발’ 자체가 ‘시스템’의 내용을 이루기 때문에 ‘시스템’과 ‘창발’ 개념은 서로 불협한다. 마지막으로 ‘창발’과 ‘센터’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래서 위 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기왕 태어났으니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그간의 성과를 자세히 모르니, 최근 나온 기사를 보고 소감을 적는다. 그 기사의 제목은 ‘암 발생 비밀 풀었다’인데, 내용은 위 기관 연구진이 암 발생에 ‘연관이 깊은’ 염색체 분열의 조절 과정을 밝혔다는 것이다. 위 연구는 염색체 분열 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센트로좀(중심체)’에 관한 것으로, 중심체가 염색체 분열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유전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암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암 발생 비밀 풀었다’로 제목을 정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심한 과장이다.

 중심체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 ‘센트로좀’이 ‘폴로박스’와 결합하지 못할 때 암이 나타난다는 결론은 암 발생원인 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돌연변이 단백질 Cep152가 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 역시 동일하다.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Cep152가 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지’, 혹은 ‘센트로좀이 왜 폴로박스와 결합하지 못하는가’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흡한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암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 외에도 환경적, 혹은 생활습관적 요인들이 주목되고 있어, 많은 유전적 요인들 중 하나를 내세워 원인을 밝혔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대광고이다. 과대광고를 그대로 베껴 쓰는 언론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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