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4:47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12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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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95)
 깊은 밤 대원들은 일렬로 서 있고 대장과 타 부대 장교들이 그들을 살펴본 다음, 교관이 앞으로 다가와 지휘봉으로 장철의 가슴을 찌른다. 그것은 차출됐다는 신호이다.

 그리고 서너 번 건너가더니 송충식 이병 앞에서 그의 가슴을 찌른다. 그날은 두 사람이 차출된 것이다. 곧 교관 네 명이 그들을 호위한다.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장철과 송충식은 장교들의 뒤를 따라 지휘관실로 들어간다. 뒤의 연병장에서는 해산 소리가 들리고 대원들이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장교들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서류를 정리하고 건네더니, 소령 계급장을 단 장교가 장철과 송충식을 데리고 지휘관실에서 나온다.

 교관 네 명도 동승해 트럭을 타고 타 부대로 이동한다. 깊고 으슥한 밤, 숲 속을 헤치고 20여 분을 달려 작은 건물에 도착했다.

 장철은 이제 듣기만 하던 북한 밀파가 자기 차례라는 것을 인식하자, 약간 긴장한다. 그러나 장철은 월남에서 위기를 겪어 본 경험이 있는 터라 덜하지만, 송충식은 엄청나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소령은 두 사람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말의 톤도 낮추고, 시원한 주스도 따라준다. 이렇게 20분 정도 두 사람의 숨을 돌리게 한 소령은 두 대원에게 업무를 하달한다. 지정한 곳에 가서 서류를 가져오는 임무였다. 그리고 나오면서 밖에 놓인 구두를 바꿔 신고 나오는 것이다. 간단한 임무지만 그 장소가 북한이다. 그리고 임무에 관한 다른 행동 지침이 내려진다.

 동이 틀 무렵에 안내원을 따라 길을 나섰다. 행동 지침 첫 번째가 강가에 있다가 시간에 맞춰 지나가는 배에 올라타는 것이다. 그리고 10분 후 강가 나무에 하얀 천이 걸려있는 곳에서 내리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안내원을 따라 강가로 간다. 안내원은 어두운 길을 손바닥 보듯 거침없이 전진한다. 어떤 곳에서는 지뢰가 많으니 발자국을 따라오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더 전진하니 앞이 확 트이면서 강이 나타났다. 배가 들어올 시간이 2분이 채 남아 있지 않았다. 두 대원은 미리 허리가 찰 정도의 물속으로 들어가 있고 안내원은 끝까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머리서 잔잔하게 배의 엔진 소리가 들린다. 두 대원은 강 깊은 곳으로 더 들어간다.

 이제 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배 한 척이 속력을 내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장철은 준비한 갈퀴 달린 줄을 배를 향해 던졌고, 밧줄을 잡고 배에 올랐다. 장철 뒤에 매달린 송충식이 위험했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무사히 배에 오른다.

 조타실에는 선장인 듯한 사람이 핸들을 잡고 앞을 보고 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선장 옆에 앉아서 졸고 있다.

 몰래 행동하라는 두 번째 지침대로 두 대원은 그들 몰래 숨을 죽이고 달리는 배에서 주위만 주시하고 있다.

 정확하게 10분이 지나고 오른쪽 강변에 천이 걸린 나무가 나타났다. 이때를 기해 두 대원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제부터 이곳은 이북 땅이다.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두 대원이 내린 그곳에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 길이 있었다.

 두 대원은 그곳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적군이 나타나면 바로 총을 쏘기 위해 총을 든 두 손에 힘을 주고 앞으로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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