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9:45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8.0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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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92)
 송샤이 유령기지에 특수요원들이 투입하기 전에 미군 함정에서 송샤이 기지를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커봐야 300㎡ 정도의 땅에 폭탄 수 백발이 날아갔다. 분명 송샤이 기지는 초토화됐을 것이다.

 그 후 특수요원 10여 명이 정글로 들어섰다. 김상식 대위는 정글에 익숙한 군인이다. 지형을 살펴보고 베트콩이 매복할 만한 곳을 만나면 그곳을 피해 전진했다.

 조심스럽게 반나절을 걸어서 송샤이 언덕에 이른다. 언덕에는 3시간 전에 폭격을 당해 피어오르는 폭연이 가시지 않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드디어 언덕이 나오고 베트콩의 기지가 보인다.

 기지의 광경에 대원들은 모두 놀라고 만다. 폭격에 무너진 건물이나 쓰러진 나무는 보이지 않고 땅이 파헤처져 흙더미뿐이다.

 사람이 전혀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도 다음 날이면 다시 병사들이 기어나와 아군을 습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원들은 어처구니없는 현장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유령이 존재하는 것인가? 대원들은 현장을 확인하고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원들은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기지 주변에서 24시간 잠복하기로 한다.

 저녁이 되고 밤이 깊어진다. 꼼작하지 않고 쭈그리고 앉아 밤을 지새우는 대원들은 이제 졸음이 몰려오는지 꾸벅꾸벅 고개를 떨궜다.

 장철은 눈을 비비며 졸음을 쫓고 있는데, 저 앞 송샤이 기지 흙더미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목격하고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옆에서 졸고 있는 대원을 깨워 그곳을 살피게 된다. 땅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속에서 뭔가 나오고 있었다. 유령인가? 사람인가? 마치 땅속에 파묻힌 산돼지가 흙을 털고 나오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산돼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베트콩이다. 한 사람이 기어 나오자 뒤에서 잇따라 4~5명 나오더니 어디로 가는지 기지 밖으로 사라졌다.

 대원들은 그제야 송샤이 기지의 모든 시설이 땅속에 있다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언덕 아래에서 베트콩들이 기지로 돌아와서는 좁은 입구를 통해 땅속으로 들어갔다. 시설이 모두 땅속에 있으니 폭격을 아무리 해대도 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요원들은 무전으로 이 사실을 본부에 알렸다. 그리고 동이 트면 송샤이 기지를 총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저항하기 위해 땅속에 있는 베트콩이 밖으로 나오면 매복해 있는 요원들이 처치한다는 작전이다.

 이 작전을 세우고 동이 트자 곧 맹호부대가 송샤이 기지를 향해 진격해 온다. 기지 밖에서 정탐하는 베트콩이 한국군이 밀려온다는 정보를 굴속의 기지에 전한다. 그러자 기지 안의 베트콩들은 저항을 하기 위해 좁은 출입구를 통해 땅 위로 올랐다. 그 순간 지키고 있던 요원들이 일격을 가해 쓰러트린다. 그러니 베트콩은 꼼짝없이 땅속에서 갇히고 만다.

 진격하는 맹호부대는 단숨에 송샤이 언덕을 올라 기지를 점령한다.

 부대는 가져온 굴착기를 동원해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러다 빈 공간을 만나면 그때부터는 병사들이 삽으로 땅을 파 숨어있던 베트콩을 생포한다. 그렇게 생포한 베트콩이 무려 500여 명 정도였고 그때부터 유령의 기지는 전멸돼 인근 도로로 이동하는 한국군의 피해는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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