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14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7.17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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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77)
 기정은 내일 불량배들에게 대응할 것이라고 마음을 굳히니 가슴이 뛰었다.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필히 넘어야 하는 산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하숙집에서 저녁밥을 먹고는 뒷동산에 올라가 내일 있을 대결을 위해 연습을 시작한다. 먼저 우두머리의 목을 실수 없이 차기 위해 발차기 연습부터 했다. 그래서 열 번, 스무 번 발차기를 충분히 연습해 익숙해지자, 다음은 펀치, 팔꿈치로 가격하기, 무릎으로 가격하기 등을 연습했다.

 격전이 벌어지면 한 명이 아니라 4~5명이기에 그들 모두에 대한 연습을 해야 한다.

 우선 우두머리가 한 방을 맞고 쓰러지든지 비틀거릴 것이다. 그 다음 다른 놈이 왼쪽에서 달려들면 팔꿈치로, 앞에서 달려들면 무릎으로, 뒤에서 달려들면 돌려차기로 가격한다. 그렇게 구체적인 작전을 세워 놓고 그것에 맞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다음 날 기정은 예나 다름없이 좌판에 앉아 영업을 하고 있었고 오후가 되자 놈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기정의 좌판으로 다가왔다.

 우두머리는 기정에게 “야, 오늘 매출 어때? 빨리 내놔”라고 말한다. 마치 땅 주인이 세입자에게 세를 받는 모습이다. 기정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들은 기정의 모습에 의아한 듯 “이놈 봐라? 오늘은 돈을 서서 줄 모양이지”라며 낄낄 된다. 기정은 좌판에서 나와 넓은 공간으로 간다. 그러자 우두머리는 기정이에게 따라붙으며 “야 인마 지금 뭐하는 거야! 빨리 돈이나 주지 않고”라고 말한다.

 일전을 앞두고 기정은 숨이 가빠온다. 그래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길 가운데 서자, 건달들이 기정을 둘러싼다.

 기정은 그들에게 “오늘은 돈을 줄 수 없는 데요”라고 했다. 그 말에 우두머리는 “이 자식이 어젯밤에 뭘 먹고 간덩이가 부어 버렸노”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펴고는 기정이 가슴을 향해 찌르려 한다.

 이때 기정은 어제 밤늦도록 연습한 발차기를 우두머리의 목을 향해 날렸다. 기정의 발은 그의 목에서 ‘퍽’ 소리를 내면서 박힌다. 우두머리는 “윽!”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자리에서 쓰러진다.

 그리고 기정은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면 공격하기 위해 생객해 둔 여러 가지 전술을 되뇌이며 품을 잡고 “다른 놈도 덤벼라”하고 고함을 지른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과는 달랐다. 우두머리가 어설프게 맞고 비틀거렸거나, 충격을 덜 받았다면 건달들은 총공격했을 것이지만, 우두머리가 쓰러져 기절한 것이다.

 그러니 다른 놈들은 기정에게 반격하기보다 우두머리의 신변이 더 급한 것이다. 모두 쓰러진 그에게 달라붙어 “형님, 형님, 괜찮아요?”하면서 흔들어 댄다.

 2~3분 후 우두머리는 겨우 정신이 드는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일어서려고 하자 다른 놈들이 부축한다. 가까스로 일어난 그는 창피한지, 아니면 기운이 빠진 것인지 부하들에게 “오늘은 그냥 가자”라고 한다.

 다른 놈들은 투덜거리며 그를 부축하고 멀어져 간다. 정말 다행이다. 우두머리가 기절했기에 망정이지 어설프게 발을 날렸더라면 큰 싸움이 나서 몰매를 맞고 쫓겨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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