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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동근 힐링 스토리-예슬이의 꿈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 스토리-예슬이의 꿈
  • 이동근
  • 승인 2014.07.06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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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못 왔으니 포스터라도 곳곳에 붙었으면…”
부산대학교 카페 비비, 포스터 무기한 부착과 카페손님들의 전시회 응원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지난 4일은 세월호에 타고 있던 수많은 학생들을 잃어버린지 80일째 되는 날이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모두가 안녕하지 못한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다. 연이어 터지는 큰 사건과 정치인들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언행, 도저히 예측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할 수많은 일들이 연일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을 모으는 작은 기적들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

 예슬이의 전시회 기획은 서촌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장영승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아버지 박종범 씨의 인터뷰를 보고 예슬 양의 아버님께서 나중에 예슬이가 성인이 되면 전시회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예슬이가 어릴 때부터 그려온 그림들, 대학 진학을 위해 그려온 그림들,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 4월 14일에 그렸던 그림까지 한 아이가 꿈꾸던 노력과 재능들이 모두 담겨있는 자취인 것이다.

박예슬 전시회의 포스터는 두 장이 한묶음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예슬이의 전시는 단순히 예슬이의 이루지 못한 꿈을 보여주기 위함은 아니다. 예슬이를 비롯한 모든 아이들, 그 아이들이 꿈꾸던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어른들의 무력함을 잊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전시회 포스터는 일반적으로 시내 중심가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통상적으로 보여지도록 붙여진다.

 하지만 예슬이 전시회는 함께 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직접 포스터를 붙일 수 있도록 포스터를 신청자들에게 보내주겠다고 SNS를 통해 알렸고, 그 글을 본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전시회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누군가는 전시회에 오지 못하는 아쉬움을 포스터를 통해 나누기 위해 함께 동참하겠다는 메일이 장영승 대표에게 전해졌으며 그는 ‘비에 젖지 않는 실내에 직접 부착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영승 대표가 받았던 메일 중에서 가슴이 찡한 사연을 하나 소개하겠다.

 제주도에 살고 계시는 한 분께서 장 대표에게 보내온 메일 내용이다.

 “아이들이 제주도에 오려고 했는데 결국 못 왔다. 포스터라도 와서 곳곳에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

 예슬이의 전시회는 한 명의 기획자에게서 시작됐지만 전시가 개최되기까지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보고 가슴으로 새겨야 할 모두의 전시회가 된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포스터 신청으로 처음 인쇄한 수량은 2만 장, 그 포스터들을 10장, 20장, 30장씩 나눴고, 구겨지지 않게 포장하고 주소를 적어 보내는 것만도 큰일이 됐기에 갤러리 대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돼버렸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장 대표의 고충을 느낀 사람들은 또다시 자발적으로 포스터를 포장하고 발송하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되면 시기와 조롱은 늘 따라다니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인 것 같다.

 평론가의 말처럼 ‘입시미술’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기성세대들이 생산해놓은 단어 일뿐이다.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입시’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던 다듬어지지 않았던 작품들임은 틀림없겠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던 예술가들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창작자가 전하고자 하는 작품을 창조해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한 명의 아티스트 로 거듭날 수 없다.

 예슬이의 전시회는 그 취지와 본질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이런 비평의 소리는 존재할 것 같다. 오롯이 그 목적이 다른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팔기 위한 전시도 아니며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품고 있었을 꿈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잊지말고 스스로가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자 하는 작은 의지이며 유가족 들에게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작은 손길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지난 4일 오픈해 무기한으로 진행된다. 5일 전시에는 기다리는 줄까지 생겼고 예슬이와 아이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2천여 명의 이웃들이 갤러리를 방문했다.

 오전엔 중년의 아주머니가 예슬이 그림을 보시며 계속 눈물을 훔치시다가 결국 계단에 걸려있는 예슬이 사진 앞에서 주저앉아 ‘미안해… 미안해…’하시며 오열을 하셨다. 오후엔 초등학교 2~3학년쯤 돼보이는 아이가 ‘예슬 언니가 너무 불쌍해…’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또 따라 울었다. 어제 도종환시인은 그랬다. 예슬이는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속에 나타날지 모른다고….

 그래서 귀퉁이에 숨어 사람들의 눈물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전시가 시작되고 지금의 순간까지 그자리를 지키고 있던 서촌갤러리 장 대표의 글이다.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리고 아이들을 잃은 4월 16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아닌,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날이 돼야 할 것같다.

 필자 역시 내년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를 맞이하여 예슬이가 담고 싶어했던 ‘시간과 공간’에 관한 사진 전시를 이어받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17번 박예슬 전시회.

전시기간 : 2014.07.04 ~ 무기한.

전시위치 : 서울 종로구 효자동 40-2 2층 서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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