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3 04:37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6.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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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46)
 우갑순은 동료들의 눈총을 피해 근무처를 한강 성심병원으로 옮겼다. 그 후 운봉이 옆에 없으니 매일 만날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둘은 틈나는 대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남을 이어갔다.

 데이트 장소에 운봉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면 갑순은 운봉과 함께 온 사람을 돌려보내고 자기가 직접 운봉의 휠체어를 밀었다.

 운봉은 갑순에게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갑순은 “우리는 이렇게 사는게 일상인데, 주위의 시선이 무슨 상관있냐”고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갑순은 운봉을 평생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고 운봉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운봉은 갑순과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달랐기에 한 번씩 만나 데이트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갑순의 프러포즈에 고맙기도,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운봉은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갑순의 의견대로 하기로 한다.

 20대 초반의 젊고 예쁜 간호사. 10살 연상인, 그뿐만 아니라 하반신 불구로 평생을 일어설 수 없는 장애인을 보살피며 살겠다는 그녀는 정녕 날개 없는 천사였다.

 그러나 양가에서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다.

 운봉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법원에서 일하던 분이고, 동네에서도 강직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아들에게 멀쩡한 아가씨가 시집오는 것을 허용치 않으셨다. 그녀의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갑순에게 “네가 우리 딸이라면 때려서라도 말리겠다”면서 거세게 반대했다.

 그리고 갑순의 집에서는 운봉을 거론하지도 못하게 했다. 갑순은 아버지에게 몇 번이나 편지를 써 허락을 청했지만, 그 많은 편지에 답장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많은 딸 중에 하나쯤은 버리겠다는 마음 같았다.

 양쪽의 반대가 심하니 시간이 지나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순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결혼인데, 한 사람만 믿고 살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과 고민으로 꽉 차버린 마음을 가눌 수 없어 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웠다.

 그 순간 천장에서 수염을 길게 기른 분이 인자한 얼굴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갑순은 한눈에 그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하나님을 향해 손을 뻗쳤는데, 그 손은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책장에서 성경책을 뽑아들었다.

 순간 하나님의 형상은 사라지고 갑순의 손에서 학창시절 자기를 아껴주던 언니가 선물한 성경책만 덜렁 들여있었다. 하도 신기한 일이라 그녀는 그 자리에서 성경책을 읽기 시작했다.

 성경책의 내용은 사랑과 평화가 담겨 있었고 마치 꿀맛 같았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신앙심도 생겼다. 그 뒤로 주위 사람들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강하게 결혼을 반대하던 양가의 목소리가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운봉과 갑순은 결혼 날짜를 잡게 되고 함께 살 준비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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