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2:32 (토)
바이러스 유감
바이러스 유감
  • 조성돈
  • 승인 2014.05.27 2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성돈 전 언론인
 의학의 발달이 급성전염병을 퇴치했다는 믿음은 오래전 무너졌다. 많은 전염병은 지금도 의학의 바깥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다. 수시로 소란을 떠는 구제역 파동이나 한때 유행했던 사스와 조류독감의 예에서 현대의학이 전염병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에 관한 한, 현재 어떤 치료법도 존재하지 않으며 예방법도 시원치 않다.

 사스의 경우 병원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일 것으로 짐작된다는 것, 그리고 전파가 주로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는 등 사실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추론일 뿐이다. 과학자들이 온갖 추측으로 소란을 떠는 사이, 슬그머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도 다르지 않다.

 과학은 지금도 바이러스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 바이러스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조차도 우리는 아직 모르고 있다. 그들이 왜 살아있는 세포만 안에서만 증식을 고집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증식할 의지가 그들에게 있는지조차도 모호하다. 어디 가서 찾아 보려 해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의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가 전체 바이러스의 0.1% 정도일 것이라 여기지만 비논리적이다. 전체 바이러스를 알 수 없는 마당에 퍼센티지가 산출될 수 없는 까닭이다. 이는 마치 서울까지의 거리를 모르면서 절반 정도 달려왔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바이러스가 하는 일을 모르는 까닭에, 그것이 우리 몸 안에서 우리를 해롭게 하는 것인지 이롭게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는 세균은 숙주를 이용해 서식할 장소와 영양을 얻지만 숙주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자신들도 위험해 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짐작수준이다.

 최근 무서운 치사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지구촌이 걱정이다. 박쥐가 원인 동물이고, 매개 동물이 낙타일 수 있다지만, 그러한 연구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류독감의 원인이 조류라는 주장과 마찬가지로 근거가 취약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달갑지 않는 이웃들과 동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항생물질의 개발사를 통해 익혀 알고 있듯, 오랜 이웃을 적으로 돌리고 공격하는 일은 지금도, 장래에도 성공하기 힘들어 보인다.

 진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는 우리의 친근하고도 오랜 동반자이다. 최초로 현미경 거울 아래에서 인간과 조우한 미생물들의 모습은 흉물스럽게 꼼지락대는 작은 버러지들로, 우리 몸속 어딘가에 깊이 숨어서 질병을 유발하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미생물들은 질병을 일으키기 위해 인체를 ‘침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존재방식대로 떠돌아다닐 뿐이다. 파리나 쥐에 대해서도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 중심의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생존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그런 인식은 질병의 본질은 물론 정확한 치료법을 찾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침입’에 대한 당연한 반응으로, 우리는 깨름칙한 이단자를 ‘퇴치’하려 노력하지만 그것은 비자연적인 방식이다. 그들은 장구한 세월 동안 지구를 지켜 온 지구의 주인들이다. 철새가 지구에서 사라져서는 안되는 바로 그 이유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역시 사라져서는 안된다. 현재의 의학에는 그러한 자연적 관점이 부족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