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른 나도 돈을 내고 딱지를 하나 골라 펴봤더니 무궁화 하나짜리 꽝이었다. 두 번째로 해보지만 또 꽝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명철이 녀석은 한 번에 무궁화 두 개의 딱지를 골랐는데 나는 계속 꽝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약간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딱지를 또 잡았지만 또 꽝이었다. 흥분한 나는 걷잡을 수 없이 계속 돈을 내고 꽝을 뽑아댔다.
결국 상품은 손에 쥐지 못하고 그만 가진 돈을 몽땅 잃고 말았다. 억울하고 분하다. 야바위 아저씨에게 등쳐먹는 아이가 비참하게 다른 야바위에 가진 돈을 다 털린 것이다.
나는 돈을 돌려 달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우리 동네도 아니었고, 야바위 아저씨 외에 어깨를 쫙 펴고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험상궂은 아저씨가 있어서 기가 다 눌릴 정도로 무서웠다. 할 수 없이 그곳을 빠져나온다. 밥도 사 먹어야 하고, 입장료도 내야 하고, 삼천포로 가는 버스표도 끊어야 하는데 돈을 다 잃었으니 앞이 깜깜하다.
그리고 나는 열 번도 넘게 꽝이 나왔는데 명철이 놈은 어떻게 한 번에 상품을 땄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명철이 보고 “너는 어떻게 한 번에 상품을 딴거야?”하고 물었다.
그러자 명철이는 내가 기절할 정도의 말을 한다. 명철이 왈 “내가 뽑은게 아니라 그 야바위 아저씨가 아무도 몰래 딱지 하나를 내 손에 쥐여 준거야”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야바위 아저씨는 명철이 친구인 내가 돈이 있어 보여, 명철이를 이용해 나를 유인한 것이다. 내가 여지껏 다른 야바위는 속지 않았는데 오늘은 야무지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화가 난 나는 “그 말을 왜 진작 안 했어”하며 명철이 엉덩이를 발로 힘껏 차버렸다. 엉덩이를 맞은 명철이는 낑낑거리면서 내 발이 또 날아올까 봐, 나의 반경에서 슬그머니 멀어졌다.
이후 돈이 한 푼도 없으니 어떤 일정도 실행할 수 없는 형편이 돼 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돈 넣는 주머니가 아닌 다른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그곳에서 종이 조각이 만져지는 것이었다. 나는 ‘종이를 넣어둔 기억이 없는데…’하고 그 종이를 꺼냈더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야바위 아저씨에게 돈을 다 털리고 이제 꼼짝없이 낭패를 당할 판인데 누가 요술을 부렸는지 어머니가 준 그대로 내 주머니에 다시 들어와 있다.
돈이 왜 내 주머니에 있는지 별의별 생각을 해도 답이 안나온다. 꿈도 아닌데 신기하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성경책에 보면 어린 소년이 예수님에게 가져온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덩어리가 자꾸 생겨나서 장병 5천명이 먹고 남은 사건의 축소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