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08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4.29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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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23)
 미국의 만화가라해서 모두 잘먹고 잘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윷가락 네개를 힘껏 밀어부치는 식의 곳이다. ‘도’ 혹은 ‘모’다.

 미국 생활은 무슨일이든 잘만 된다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걸머쥐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렇고 그런 사람으로 일생을 지내게 된다.

 산호 선생님은 꿈을 갖고 미국까지 와서 어렵게 작품 활동을 해갔다. 처음에는 남의 캐릭터에 스토리를 받아 그림을 그려주는 정도니 늘 풍족치 못했다.

 그러다 이소룡 덕으로 미국에 오리엔탈 붐이 일어 동양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만화 제작을 시도하면서 동양인 산호 선생님의 창작 활동은 활발해졌다. 드디어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이다. 꿈을 이룰 절호의 찬스였다.

 그래서 산호 선생님은 한국의 옛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인기를 얻는다.

 작품들은 괴기물과 무협물이었고 ‘고스트 마노’, ‘조스틀리 델레스’, ‘하우스 옵 영’ 등이 있다. 하우스 옵 영 6권 중에 4권은 산호 선생님의 작품이기도 하다. 드디어 선생님의 이름이 원작가로 올려지게 된다.

 산호 선생님이 미국에서 다작을 하실 때 나는 한국일보에서 ‘최수정’이라는 필명으로 창작을 하고 있을 때인데, 한 번씩 명동에 나가서 외국 서점을 뒤지다가 산호 선생님의 책을 만나면 사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선생님의 작품에는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였는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글을 소개하려 했는 지는 모르지만, 제목은 영어를 사용하고 그 아래에 한글로 번역을 해놓곤 했다.

 그렇게 선생님은 미국에서의 창작 생활을 활발하게 하시다가 갑자기 작품 활동을 접는다. 왜 그랬을까? 미국에서의 활동에 한계를 느끼신 것일까, 유색인으로서 컴플렉스를 느낀 것일까?

 1959년 한국에서의 ‘라이파이’를 내친 것과 같은 사태를 또 재연하신 것이다.

 94. 박씨 물고 온 제비양

 우리나라 고전에 흥부전이 있다. 가난한 흥부가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제비에게 받은 박씨를 심고 키웠는데 그 박 안에서 온갖 보물이 쏟아져 나와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다.

 산호 선생님의 작품 라이파이에서는 제비양이 라이파이를 옆에서 늘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여인이 김산호 선생님 앞에 나타 난다. 아름다운 얼굴에 날씬한 몸매, 일급 디자이너였고 한국에 봉제공장도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상당한 재력을 갖춘 여인이었다.

 두 분은 곧 가까워지고 일생을 같이 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여인의 재력이 뒷바침되어 산호 선생은 힘겨운 창작 생활은 접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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