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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적을 기다린다
그래도 기적을 기다린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4.20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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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배가 기울고 가라앉고 뒤집히는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그들 어린 학생들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구를 사랑했다. 질식하도록 밀려드는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못다 한 말 ‘사랑’을 떠올렸다. 다 내 딸, 내 아들 같아 가슴에서 울컥 뜨거운 눈물이 솟는다.

 너무도 안타까운 이 현실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한다. 가슴이 저려오는 메시지를 생각하니 통곡이 가슴을 누른다. 못난 우리 어른들은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저 눈물방물만 떨군다. 어쩌다 이토록 무책임한 나라가 됐는가. “실종자 수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 대한민국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말로만 안전을 외쳐 온 우리 정부의 민낯이다.

 생때같은 목숨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뻔히 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지난해 7월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지난 2월 경주 리조트 붕괴 등 ‘안전불감증 인재(人災)’속출에도 달라진 게 없다. 안전한 나라는커녕 안전 그 자체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침착하게 기다리면 죽는다는 한국식 재난대처법이란 말인가.

 사고 시작부터 침몰까지 잘못된 판단과 대응이 이어져 어이없는 결과를 부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허둥댔다. 침몰 초기엔 승객 대부분이 구조될 것으로 오판(誤判)하는 바람에 가라앉는 배 안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구조할 생각을 못 했다. 세월호 탑승자 수는 477→459→462→475→476명으로 다섯 번째 오락가락했다. 또 정부는 사고 첫날,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가 164명→174명→175명→176명→174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또 어린 학생들과 승객이 여객선과 함께 바다 밑에 가라앉은 상황에서 실종자들 가운데 단 한 명의 추가 구조 소식도 들리지 않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망연자실한 가족들의 모습은 모든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더 참담하게 하는 것은 어이없는 사고 당시와 전후의 상황이다. 조사하면 할수록,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이 참사는 기가 막힌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꾼 것 외에 국민 안전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으며 무엇이 바뀌었는가. 사고 시작부터 침몰까지 잘못된 판단과 대응이 이어져 어이없는 결과를 부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실종자 규모와 함께 안전시스템의 부재 앞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안전망 없는 압축성장이 몰고 온 결과다. 이제부터 다시 교통ㆍ자연재해ㆍ화재ㆍ식품 등 국민 생활 각 분야에 걸쳐 상황별 안전 매뉴얼을 점검하거나 새로 마련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민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비극적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국민이 도와 달라”고 절규하는 상황을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신뢰 자산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침몰해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탑승자들에게 비상시 행동수칙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구조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왜 1시간여 동안 선내에 들어가 현장 구조를 안 했는지’ 등 사고 발생 사흘째가 돼서야 구조요원들이 선체내로 진입을 시도하고, 공기주입을 시작한 것은 현장 상황을 탓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쳤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20년 된 여객선의 무리한 증축에도 어떻게 안전검사에 통과했는지’ 등 수많은 의문과 의혹이 새로 쏟아지고 있다. 불신만이 지배하는 사회. 그러나 이를 진정시키고 다독거릴 정부는 입만 열면 혼란을 자초하는 등 오히려 헛발질만 계속했다.

 정부는 신뢰가 재난을 당한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다시는 누구도 이런 죽음을 맞아서는 안 된다. 이런 세상은 정말 안 된다. 아! 또 다시 통곡이 가슴을 누른다. 우리 어른들이 못나서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했구나. 잠들지 말라, 부디 친구들과 손을 꼭 잡고 있어라 돌아올 때까지 너희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고 있다. 마지막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 아이들아 살아 있어라, 제발 살아 있어라.

 사망자 및 실종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이 ‘슬픈 주말’을 보냈고 목소리는 하나같이 나지막했다. 물론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어서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생존자가 마지막 힘까지 내서 구조의 손길을 잡을 수 있도록 버텨주길 정말 간절히 기도한다. 기적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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