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3:51 (일)
철수한 안철수 새 정치
철수한 안철수 새 정치
  • 이태균
  • 승인 2014.04.15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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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주)동명에이젼시 대표이사/칼럼니스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일 기초선거 후보를 공천키로 당론을 뒤집으면서 무공천 소신을 주장해온 안철수 공동대표가 정치권 입문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치명타를 입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과 극적인 역전 승부수를 일궈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교차하고 있으나 애당초 안 의원과 김한길 대표의 통합신당 창당에 대한 명분은 잃었다.

 오죽하면 시중에는 안 대표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양보,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지난달 선거 연대 불가론 속 민주당과의 합당에 이어 이날 무공천 철회까지 ‘4대 철수(撤收) 정치’를 했다는 비판이 많다. 2017년 대선에 안 대표가 꿈을 갖고있다면 소신없는 변절과 신뢰에 대한 비싼 대가는 어떻게 감수할 것인가. 지금이야 시쳇말로 대선에 비하면 오픈게임 아닌가. 많은 국민들이 안 대표의 현실정치 참여에 박수를 보내면서 기대를 했던 것은 새정치 프레임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 안팎의 시선은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 쏠릴 수밖에 없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 정치의 상징이자 새정치연합 창당의 명분이었고, 이번 당원투표 및 국민여론조사가 안 대표의 신임을 묻는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결국 당내 강경파에 밀려 무공천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는 큰 상처다. 당 안팎에서는 기초선거 공천으로 일단 후보 난립을 막는 실리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창당 합의정신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훼손돼 대의명분을 잃었다는 비판이 거세다는 사실이다.

 친노 강경파는 신당창당 과정에서 친노 배제론이 나올 정도로 소외됐지만 무공천 논란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무공천 논란에 불을 붙인 문 고문을 중심으로 한 친노와 강경파가 막강한 세 결집을 통해 안 대표의 무공천을 좌절시켰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애당초 기초선거 무공천이 지킬 수 있는 약속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기초공천 혼선으로 인한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내린 결론을 두고 안 대표에게만 책임을 지울수 없다는 동정론도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과대평가됐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김한길 공동대표도 기초 무공천을 둘러싸고 혼란을 키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기초 무공천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한 핵심 고리다. 김ㆍ안 두 대표는 무공천 약속을 지켜 새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러나 무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로 혼란에 처하자 결국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회군’의 명분을 삼았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했으나, 정치 불신을 불러오는 고리 역할을 하고 말았다.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는 무엇인가. 기초 무공천만을 두고 새 정치의 핵심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신당이 보여준 새 정치는 무엇인가. 신당 통합 후 새로운 것을 보여준 것은 없고, 국회에서도 법안심의도 기존의 정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로만 새 정치를 소리쳐야 소용없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공천 백지화를 두고 비판하며 비웃을 자격이 없다. 오히려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결과에 승복하고 김ㆍ안 두 대표가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어쩌면 용기있는 결단이다.

 안 대표는 지금 기업인이 아닌 정치인이다. 무형상품인 정치 상품(?)을 제조해 판매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신뢰다. 신당합당의 명분인 무공천을 철수(撤收)하는 안 대표가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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