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5:48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2.12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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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69)
 그 사건 후 박용도 아저씨는 쇠줄이 아저씨에게 인주 녀석을 혼내주라고 시켰지만, 쇠줄이 아저씨가 말을 듣지 않지 않아 화가 난 박용도 아저씨가 쇠줄이 아저씨에게 윽박지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삼천포 최고의 힘쟁이에 쇠줄도 끊어버리는 괴력의 아저씨가 인주 삼촌 정도는 우습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슨 영문인지 쇠줄이 아저씨는 박용도 아저씨가 윽박지르고 발을 계속 차고 때려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맞고만 있는 것이었다.

 박용도 아저씨는 답답한지 자꾸 고함을 크게 질러댔다. 쇠줄이 아저씨는 자기 은인인 박용도 아저씨가 뭐라 해도 우리 집안사람하고는 싸우기 싫으신 것이다. 나는 쇠줄이 아저씨가 고맙기도, 측은하기도 했다.

 그래도 내심 쇠줄이 아저씨가 마음이 바뀌어 인주 삼촌을 혼낼까 걱정이 되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쇠줄이 아저씨와 인주 삼촌이 싸웠다는 소식이 없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50. 은혜 갚은 아저씨

 박용도 아저씨와 인주 삼촌의 한바탕 싸운 지 일 년 후 동네에서 쇠줄이 아저씨에게 큰 변이 생겼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트럭으로 운수 사업을 하시는 박용도 아저씨가 어느 날 짐을 싣고 운전사 옆자리에 앉아 고성으로 가다가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죽게 되고, 박용도 아저씨는 중상을 입어 진주에 있는 한 병원에 옮겨져 큰 수술을 받게 된다. 박용도 아저씨는 부상이 워낙 심해서 수혈을 받으면서 수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병원마다 혈액을 보관하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수혈을 받으면서 수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술하게 되면 피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저장된 혈액이 없으니, 누군가는 수혈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러니 급한 김에 당장 박용도 아저씨 옆에 있는 보호자 중에 사람을 골랐는데, 쇠줄이 아저씨가 같은 혈액형이었다. 그래서 쇠줄이 아저씨는 박용도 아저씨 수술대 옆 침대에 누워 수혈을 하게 됐다. 한쪽에서는 의사가 세 명이나 붙어 숨가쁘게 수술하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쇠줄이 아저씨가 누워 수혈을 했다.

 박용도 아저씨는 상처가 깊어서 수술이 쉽게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연되고, 그럴수록 쇠줄이 아저씨는 많은 양의 피를 수혈했다. 두 사람의 생사가 달린 대수술이었다. 여기서 중단한다면 박용도 아저씨는 회생하지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쇠줄이 아저씨도 계속 수혈을 하다가는 생명이 위험해진다. 쇠줄이 아저씨를 옆에서 보살피고 있는 의사 선생님은 걱정이 되어 수혈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여태껏 해온 박용도 아저씨의 수술은 허사가 되고 만다고 생각하니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쇠줄이 아저씨는 정신이 몽롱해지고 머리가 어지럽다. 그러나 자기가 여기서 멈춘다면 박용도 아저씨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참고 견디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무리라고 판단한 의사 선생님은 “이제 그만 해야겠소. 더 이상은 당신 생명이 위험하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쇠줄이 아저씨 답은 “이렇게 죽는 것이 징용에 끌려가 죽는 것보다 낫지 않소”하며 답했다.

 전쟁터에 끌려갈 처지를 구해줬던 일을 죽음으로서 그 은혜를 갚겠다는 것이다. 이 말에 의사 선생님은 더 이상 권하지 못하고 수술은 계속되었고, 잠시 후 대수술이 끝나고 수혈을 멈출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쇠줄이 아저씨는 제정신을 잃고 몽롱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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