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2.06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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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64)
 그때가 1956~1960년 사이 만화 황금기에 김종래, 박기당, 박광현 세 분이 제작한 만화책은 지금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 수백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귀한 만화책들이다. 그 시절 나라의 경제 사정으로 볼 때 극히 궁핍한 시절이었지만 한국 만화계는 최대로 호황을 누렸다는게 참 신기한 일이다.

 그 후 1960년대를 들어서면서 정부는 만화를 강제로 퇴출시킨다. 만화가 경제 부흥을 역행하는 매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화잡지가 사라지고 서점에서 만화를 볼 수 없게 된다.

 김종래 선생님은 대여점용으로 작품을 계속 제작하지만, 다작을 하기 위해 화풍을 보다 간결하게 정리하고 또 숙련된 문하생을 가르치면서 원고 제작에 동참시키게 된다. 그때 작품들은 ‘황금가면’, ‘어머니’, ‘조국’, ‘앵무새 왕자’, ‘황금가면’, ‘도망자’ 등이 있다.

 그러나 지병이 있으셨던 선생님은 다작이라는 힘든 작업을 견디지 못하고 1970년대 민속 화가로 작업을 바꾸지만, 민속 화가로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신다. 만화 황금기 시절, 한국 만화 사상 최고의 걸작을 남기신 세 분의 대가들은 황금기 시절이 막을 내리자, 작품의 질이 떨어지게 되다가 결국은 만화계를 떠나든지 아니면 타계하시게 되셨다.

 꿈 같은 황금기 시절, 군사 정권의 수장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나라의 궁핍을 벗어나기 위해 국산품 애용과 더불어 만화는 소비 매체라며 만화잡지 폐간, 서점용 만화 제작사 폐업 등 강제로 만화를 사회에서 퇴출시켜 버렸는데, 그 뒤 50년이 지난 지금. 그분의 따님이신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여유가 생겼으니 만화를 육성하자고…. 또 극장에 직접 가서 한국 만화 영화 관람까지 하시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할까. 무상(無常)하다고나 할까.

 44. 박광현 선생님의 노여움

 여기서 잠시 김종래 선생님의 만화 생활 25년 사이 많은 일화 중에서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 한 건을 간단히 소개하겠다. 그것은 박광현 선생님의 노여움이다.

 김종래 선생님의 초기작 ‘복수의 칼’을 놓고 저자 이름을 가리고 만화 전문가들에게 보이며 “이 만화책의 저자가 누구인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선뜻 말하지 못할 것이다. 김종래 선생님 특유한 화풍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물어 “이 책은 어느 작가의 작품과 흡사하나?”하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박광현 선생님의 화풍과 닮았다고 할 것이다. 왜 그럴까.

 이건 나의 추리인데, 김종래 선생님이 제대를 하시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품을 구상하실 적에 처음 실패한 ‘이설 춘향전’에 맞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군대에서 그렸던 ‘붉은 땅’을 가지고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토리는 일본에서 유명한 소설을 본떠서 각색하고, 그림은 그 당시 최고의 명성과 인기를 얻고 있었던 박광현 선생님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면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 계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김종래 선생님은 ‘복수의 칼’을 제작하면서 박광현 선생님의 작품을 옆에 두고 틈틈이 인용했던 것이다. 신인 작가들이 선배의 화풍을 보고 응용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있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제작된 ‘복수의 칼’은 선생님의 계획대로 유명해지면서 만화 작가로서 계속 작품을 이어 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 작품 ‘박문수 전’도 ‘만화 세계‘에 연재되면서 인기가 치솟게 되었다.

 그때 박광현 선생님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는 김종래 선생님의 만화책을 가져와 살펴보다가 자기 작품을 보고 모방한 컷들이 있는 것을 보고 내심 기분이 상하신 것이다. 무명의 신인들이 그런 짓을 하면 아직 배우는 입장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가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하신 것이다. 그래서 박광현 선생님은 김종래 선생님의 화실에 찾아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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