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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미얀마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미얀마
  • 도용복
  • 승인 2014.01.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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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갖춘 황금빛 부처 나라
▲ 양곤 시내를 지나가면 하늘로 높이 솟아 있는 금빛의 탑이 눈에 띈다. ‘양곤의 영혼’이라고 불리며 양곤뿐 아니라 미얀마 전 국민들의 자부심 ‘쉐다곤 파고다’의 모습이다.
군부통치 국가, 개발 안 돼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

 비행기 창문 밖으로 양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황금의 나라답게 공중에서도 수많은 황금빛 사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대충 눈으로만 둘러봐도 10여 개는 넘어 보인다. 출입국 심사직원의 얼굴에 발라진 전통 화장품 따나까를 보니 미얀마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따나까는 미얀마인들의 전통 화장법으로 따나카라는 나무를 가루로 만든 다음 물에 개어 바른 것으로, 미얀마인들은 이 따나까를 얼굴에 바르면 더위를 견디게 해주고 벌레가 물지 않으며 강한 태양열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준다고 믿고 있다.

 공항에서 나와 숙소로 가는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지나다니는 버스들은 2~30년 지난 중고버스들이고, 오래전 낡은 사진 속에서나 볼 듯한 흑백의 건물들이 촘촘히 붙어 있다.

 미얀마의 전통 의상인 롬지라는 치마를 입고 여유있게 걸어다니는 남자들, 작은 트럭을 개조해 버스로 만든 차량에 아둥바둥 매달려 가고 있는 사람들, 싸이카라고 하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여유있게 가는 남자들…. 모든 풍경들이 70년대 우리네 모습이라 정겹다.

▲ 사면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좌불.
 미얀마의 옛 이름은 ‘버마’다. 그래서인지 미얀마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제5공화국 시대의 아웅산 묘지 폭파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김구 선생처럼 미얀마 독립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이 미얀마의 독립을 보기 전 독립운동의 동지인 우 소가 보낸 저격병에 의해 암살당해 묻힌 곳이 아웅산 묘지이다. 현지에 와서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미얀마를 방문하는 외국 국빈은 의전 절차상 미얀마가 자랑하는 쉐다곤 파고다를 참배하게 돼 있었으나 불교도가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난색을 표함에 따라 양국의 두 외무 장관은 한국의 예를 들어 국립묘지로 스케줄을 변경했으며, 변경된 일정과 장소가 어떻게 누설됐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원래 아웅산 추모탑 참배 시간이 오전 10시. 이미 대통령 수행원들은 현장에 늘어서 있는 상황이었으나, 10시가 돼서도 의전을 담당한 미얀마의 외상이 도착하지 않아서 당시 미얀마 대사인 이계준 대사에게 현장에 먼저 가보도록 지시를 내렸다.

 의전 절차의 착오가 발생하자 당황한 이계준 대사의 차량은 국가 원수의 주재국 체재 중에는 대사전용 차량의 국기를 내려야 하지만 그대로 게양된 채 묘지에 도착했고, 원거리에서 보기에 테러범의 눈에는 이 대사의 외모가 전 대통령과 비슷한지라 이 대사를 대통령으로 오인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숙소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단도 차량 경호를 시작했고, 아웅산 묘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 대사 행렬을 전 대통령 도착으로 착각한 묘역 의전 행사팀이 진혼곡을 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테러범이라 하더라도 오인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암살의 대상은 당연히 전 대통령이었을진대, 전 대통령이 살아남은 것은 의전상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얀마의 아침은 까마귀 소리와 인근 사찰의 법문 외는 소리에 열린다. 이른 새벽 일어나 인근 재래시장이나 볼 요량을 사진기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거리로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 작은 종을 흔들어주는 길잡이가 앞장을 서고 그 뒤로 6~70명의 스님이 공양을 받을 그릇을 들고 줄지어 걸어간다. 어린 승려부터 나이 든 승려까지 모두 맨발로 조용히 엄숙하게 걷고 있다. 젊은 여인이 큰 밥통을 들고 길가에 서 있다가 차례대로 한 주걱씩 밥을 퍼 정성스레 그릇에 담아준다. 스님들 뿐만 아니라 보시를 하는 사람들도 모두 맨발이다. 동네 사람들은 손에 밥통을 들고 미리 나와 꿇어앉거나 합장을 하고 탁발행렬을 기다리며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자신의 처지에 맞게 음식을 준비해 승려들에게 공양한다. 긴 스님들의 아침 공양 행렬을 언제나 볼 수 있는 미얀마 아침 풍경이다. 두 손을 합장하고 예를 갖춘 후 공양에 동참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부처의 나라, 미얀마의 단편을 볼 수 있다.

▲ 미얀마인들의 전통 화장법인 따나까.
 양곤 시내를 지나가면 하늘로 높이 솟아 있는 금빛의 탑이 눈에 띈다. ‘양곤의 영혼’이라고 불리며 양곤뿐 아니라 미얀마 전 국민들의 자부심 ‘쉐다곤 파고다’의 모습이다. 쉐다곤 파고다를 보지 않고서는 미얀마를 완전히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전 세계 불자들의 성지순례이다. 쉐다곤 파고다는 약 2천500년 전 부처님이 살아있을 때 건립됐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미얀마의 두 형제 상인이 인도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여덟 발의 머리카락을 얻어와 봉안하고 파고다를 건립한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15세기 때 바고의 여왕이 이곳에 자신의 몸무게와 같은 양의 금을 보시하여 탑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후 역대 왕이나 부자들이 경쟁하듯 이곳에 금과 보석 등을 보시해 오늘날처럼 엄청난 크기의 불탑이 됐다.

 지금도 해마다 불자들로 받은 금과 보석을 탑에 쌓고 있다고 한다. 99m의 높이에 외벽의 금만해도 60t이 넘고, 탑 상단의 7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2천317개의 루비, 1천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 등이 장식돼 있다고 하니 그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미얀마는 현재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군부 통치 국가이며, 얼마 전 태국을 통한 국경을 개방한 것 외에는 오직 공항으로만 입국이 가능한 나라다. 하지만 아직은 개발이 되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있고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어귀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길손들을 위해서 물을 먹을 수 있는 항아리가 마련돼 있다. 누구인지는 모르나 더위에 지친 길손을 위해 매일 새 물을 떠다 놓는 것이다. 현지에 있는 교포의 말에 따르면 요즘같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아직 미얀마는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기다려 주는 미덕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마치 마약과 같은 곳이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곳이라고. 현재 나라 이름인 미얀마는 군사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은 이름으로 ‘빠르고 강하다’는 뜻이다. 여유롭고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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