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08:37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1.23 2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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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57)
 요즈음이야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자녀에게 피아노를 사주며 레슨을 시키지만 50년 전의 우리나라는 웬만한 집이라도 피아노는 고사하고 풍금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딸을 위해 피아노도 사고 또 가정교사를 불러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 딸 영미(가명)는 자라서 부산으로 유학을 갔고 부산의 대학에서도 피아노 공부를 했다.

 예쁜 얼굴에 돈 많은 부잣집 외동 딸 그것 만으로도 총각들의 마음을 설레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피아노까지 잘치니 대학에서 최고의 인기 여학생이었다.

 부산의 큰 극장을 빌려 졸업 연주회도 가졌다. 넓은 극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 메워졌다.

 그중에는 어머니, 아버지도 오셨고 학교에서 자기를 쫓아다니는 남학생들도 와있고 일가 친척들, 학교 친구들… 영미가 아는 사람들은 거진 다 모였다.

 극장 무대의 막이 올라가고 영미는 분장실에서 나와 피아노 앞으로 걸어간다. 이때 관중석에서 박수소리와 환호소리가 귀가 따끔하도록 울려온다.

 영미는 살짝 미소지으며 관중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보이면 사람들은 더 열광하며 박수를 쳐댄다. 환호를 진정시킨 영미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숨을 좀 고르고 악보를 정리한후 피아노를 치기 사작했다.

 모차르트의 소나타였을까? 베토벤의 운명이었을까? 영미는 혼신을 다해 피아노를 친다. 관중들은 영미의 피아노 연주에 빠져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영미의 이마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맺힌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눈은 악보로, 손은 피아노 건반을 오가며 어렵고 어려운 곡을 완벽히 연주하고 마무리한다. 이 순간 관중들은 열광하다 못해 발광을 하며 환호를 질러댄다.

 드디어 영미는 피아노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며 열광하는 관중들을 바라보며 두 손을 높이 들어 답을 한다.

 우측 구석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좌측 구석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기도 한다. 그럴수록 관중들의 박수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관중석 누군가가 ‘앵콜’을 외치자 이쪽저쪽에서 ‘앵콜! 앵콜!’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미는 관중들의 앵콜 소리에 밀려 앵콜 곡을 치기 위해 다시 피아노 쪽으로 걸어간다. 영미는 이 순간을 위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연습해 온 것이다.

 얼마나 멋진 순간인가. 영미에게는 생애 최고의 날이다. 열광, 열광, 관중들은 또 열광을 한다.

 37. 몰려오는 시련

 잘 나가고 콧대 높은 영미는 학교를 졸업할 무렵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왔지만 영미는 그들이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영미에게 빛나는 왕자님이 나타난다. 그 왕자님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같은 학번이지만 나이가 두 살 위의 남학생이었다. 키가 크고 하얀 피부에 얼굴이 호남형에다 서글서글한 성품에 반해 영미는 마음에 품고 있다가, 졸업을 한 후에 정식으로 사귀게 되고 급기야 결혼 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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