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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유래와 각국의 휴일은
설날의 유래와 각국의 휴일은
  • 송종복
  • 승인 2014.01.20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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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설날은 ‘월인석보’에 새해의 첫날이라 했다. 즉, 음력설을 세시(歲時)ㆍ연수(年首)ㆍ연시(年始)ㆍ신원(新元)ㆍ원일(元日)ㆍ원정(元正)ㆍ정일(正日)ㆍ정조(正朝)ㆍ연두(年頭)라 하고, 양력설은 원단(元旦)ㆍ원조(元朝)ㆍ삼원(三元)ㆍ원신(元辰)ㆍ세수(歲首)라고 한다. 각국의 음력설날(Lunar New Year’s Day)의 휴일을 보면, 중국은 춘절(春節)로 7일간, 대만은 5일간, 홍콩과 마카오는 4일간, 한국ㆍ베트남ㆍ몽골은 3일간, 북한ㆍ싱가포르ㆍ브루나이는 2일간,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라오스는 1일간 쉰다.

 한국의 양력사용은 개국(開國) 504년(고종 32년, 1895) 11월 17일을 505년(1896, 을미년) 1월 1일로 했다. ‘양력설’을 쇠게 된 것은 1907년 12월 20일에 조칙을 내려 “새해(1908)부터 태양력으로 설을 쇠어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매년 1월 1일을 ‘설’이라 하고 음력 1월 1일은 ‘민속의 날’이라 하는 웃지 못할 역사가 됐다. 한편으로는 임금이 양력설을 선포했다 치더라도 대다수 민중의 삶은 양력과 무관했다. 그러니 관공서나 총독부에 붙어살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음력설을 명절로 여전히 쇠었다.

 일제는 음력설을 없애기 위해서 ‘음력설 휴일’을 없애고, 심지어는 떡 방앗간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등 탄압이 잇따랐다. 그러나 민중들은 음력설을 쇠는 일이 애국이요, 양력설은 매국이라고까지 받아들였다. 광복이 되고도 사태는 변하지 않았다. 당시는 개신교를 비롯한 미국문화의 유입으로 양력 위주의 사회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철저한 양력신봉자다. 따라서 양력설은 1950년부터 3일 연휴로 시행했다. 더구나 1961년 5ㆍ16 혁명정부는 음력설을 중단하고 양력설만 지내도록 강요했다.

 1970년대 음력설 휴일을 없애자 학교는 쉬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다. 선생이나 학생은 수업도 하지 않고, 교실에 한두 시간 앉아 있다가 귀가한 사실이 있다. 이런 와중에 1985년 1월 21일 전두환 대통령이 음력설을 ‘민속의 날’이라 부르고, 음력설을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 후 1989년에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규정’을 개정해 추석 연휴는 2일로, 설날 연휴는 3일로 정했다. 이렇게 음력설이 제자리를 찾는데 근 100여 년 세월이 걸렸다. 이로써 ‘구정’ 또는 ‘민속의 날’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지금은 달력에 ‘설날’이라고 표기한다.

 ‘설’이란 원래 ‘사린다’, ‘사간다’라는 옛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삼가다(근신)’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이다. 또 ‘섧다’는 말로 보통 슬프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설날은 일 년 내내 아무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행동을 조심하고, 그해 농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축원을 하는 날이었다. 한해가 시작된다는 뜻에서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매우 뜻깊은 명절로 여겨왔다. 그래서 설날을 바깥에 나가는 것을 삼가고 집안에서 지내면서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게 해주기를 신에게 빌어 왔다.

 한국의 최대명절인 설날은 일제 강점기에는 양력 1월 1일을 신정(新正), 음력 1월 1일을 구정(舊正)이라고 불렸다. 구정이란 우리가 지내는 설을 오래된 설이라며, 신정보다 좋지 않게 낮춰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신정은 진짜 설이고, 구정은 가짜 설이다’라는 말까지 돌고 돌았다. 이 여파로 지역과 종교에 따라 양력설 쪽과 음력설 쪽으로 갈라지기도 했다. 한때는 정부에서 ‘민속의 날’로 정했다가 지금은 ‘설날’로 바꿔 공휴일로 정해 민족의 명절로 지내고 있다. 우리 고유의 4대 명절 중 첫 번째 날인 ‘설날’은 하나이지 둘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이름이 ‘설날’ 또는 ‘설’이면 됐지, ‘신정’이니 ‘구정’이니, ‘양력설’이니 ‘음력설’이니 하면서 둘로 갈라 부르는 것은 일제 잔재의 영향이므로 ‘설날’이라고 불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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