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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공방에서 대금 감상 하면서…
도예공방에서 대금 감상 하면서…
  • 정창훈
  • 승인 2014.01.19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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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주말 저녁 지인으로부터 작은 음악회에 가자는 전화가 왔다. 김해시내에서 30여 분을 오르막 내리막길을 달려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 마을에 도착했다. 같은 김해 하늘 아래인데 이곳은 별빛도 초롱초롱하고 전형적인 시골이었다. 창문에서 비취지는 은은한 불빛,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는 이야기와 가끔 경쾌한 웃음소리와 다향을 따라간 곳에 아미도예가 있었다. 필자는 불청객은 아니었지만 귀빈이나 귀객은 더더욱 아니었다.

 아민도예 천향순 대표는 부산 기장에서 도예체험과 함께 작업을 해오다가 자신의 작품에 몰두하기 위해 호젓하면서 장군차 자생군락에 있는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로 2004년에 옮겨 왔다고 한다.

 흙과 바람과 불과 작가의 영혼의 숨결이 호흡하는 시골마을에서 도예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가인 천대표는 전통 도자기의 재현이나 조형미도 중요하지만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차도구를 작품으로 완성하고 있다.

 거실에서의 첫 만남은 많이 어색하였다. 열두 명 대부분이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낯선 느낌이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지쳐서 늘 피곤한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마주치는 눈빛들은 한결같이 반짝였으며 모두가 편안하고 깨끗한 얼굴들이었다. 시간에 찌들리지 않고 시간을 이끌고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오묘한 맛의 차를 마셨다. 살다보니 이런 행운도 주어지는구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행 중에 한 분이 가방에서 대금, 중금, 소금을 선보였다. 국악기 중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사랑하는 관현악기가 있다면 바로 ‘대금’이 아닐까 싶다. 중후하고 깊은 울림이 있는 대금 소리와 고고한 선비의 풍모가 함께 어울리는 대금 연주를 듣고 싶었다. 하얀 선비복과 갓으로 멋을 낸 남자가 길게 옆으로 누운 대금을 잡고 부는 모습을 상상하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대금 소리를 유심히 들어보면 그 음악이 유난히 맑고 크다. 은은하면서도 기골 찬 소리를 내고 음률 속에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는 악기다.

 백우선은 ‘저리 높고 맑은 대금산조’라는 시에서 대금을 이렇게 노래한다.

 “어떤 가슴이/ 저 소리로 울려나는 것일까/ 저리고 시린 가슴/ 눌리고 맺힌 가슴/ 썩고 문드러진 가슴이/ 삭고 삭아서/ 몇천년을 또 그런 가슴 만나/ 울려나는 것일까/ 깊은 만큼 높고/ 흐린 만큼 맑게/이제야 흘러 흘러/ 울려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대금은 언제부터 불었을까? 확실한 시작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삼국시대부터는 널리 쓰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삼국유사’에 ‘만파식적(萬波息笛)’ 이야기가 전하고, 그 이전부터 중금ㆍ소금과 함께 신라 3죽으로 불러왔다고 하며, 국립경주박물관에 신라시대 옥대금 등이 있다.

 자연의 재료 대나무와 갈대가 결합된 대금은 소리를 내는 기법도 신비롭다. 눈을 지그시 감고 한국인의 노래 ‘칠갑산’을 감상했다. 모처럼 귀가 호강을 하였고 가슴이 뜨거웠다. 일부는 흥에 겨워 어깨춤을 둥실둥실 추고 한없이 즐거워했다.

 필자도 이번 기회에 전통악기를 꼭 배우고 싶다. 평소에 우리의 전통문화와 국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일상의 따분하고 답답한 심정을 달래기 위한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취미삼아 대금을 꼭 배우고 싶다. 여러 번 악기를 배우고 중도에 포기한 것이 몇 번인가.

 2014년 연말에는 가요라고는 하지만 서구 리듬의 현대 음악적인 가락이 아닌 전통 민요의 투박하고 유장한 선율이 한국인의 정서와도 잘 어울리는 ‘칠갑산’을 연주하려고 한다.

 일행 모두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자신감과 직업정신이 투철했고 돌아가면서 한곡씩 부르는 오순도순 작은 음악회에서도 끼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 삶의 멋을 아는 분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인장 이영현 선생님의 요청으로 참석한 분들이 각자 신년휘호를 쓰는 시간도 있었는데 아민도예 천 대표는 지호락(知好樂)으로 적었다. 차도구를 만드는 것을 아는 것 보다는 좋아하는 것으로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창조의 세상을 열어가겠다는 각오가 돋보였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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