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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 꿈 ‘쑥쑥’ 글로벌 리더 산실
과학도 꿈 ‘쑥쑥’ 글로벌 리더 산실
  • 김명일ㆍ이대근 기자
  • 승인 2014.01.1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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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과학고등학교
▲ 진주시 진성면 가진리 소재 경남과학고. 지난해 6월 ‘2013학년도 경남과학고등학교 교육가족’ 기념촬영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과제연구 정규교과 운영ㆍ신입생 연구방법론 가르쳐
올해 서울대 23명 합격 전국 18위ㆍ과학고 3위 달성

 경남과학고등학교(교장 유병주)는 연구 중심 정통 과학교육을 고집한다. 과학고는 과학인재양성이라는 설립목적을 지니기에 ‘당연한 소리’여야 하지만, 실상을 파악하면 진가가 드러난다. 과학고 교육 전반의 흐름이 속진학습과 올림피아드 대비로 치달아 탐구나 실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학고 본연의 교육에 무게를 싣고자 애쓰기 때문이다. 매년 연구역량과 대입명문을 입증하는 교육 성과가 잇따른다.

 최근에는 제19회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금상ㆍ은상ㆍ동상 수상을 거뒀다. 2014학년도에는 서울대 입시에서는 23명이 합격해 전국 고교(자사고, 특목고, 일반고) 18위, 과학고 3위에 올랐다. KAIST에도 42명이 합격했다. 과학고 체제 30년 역사와 전통의 힘이다. 현재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교사(校舍) 한 켠에 놓인 빈 좌대(座臺)에 노벨상 수상자의 흉상을 세울 날을 기다리며 연구와 실험을 맘껏 할 수 있는 학교로 더 나아가려 한다.

▲ 유병주 경남과학고 교장
 유병주 교장은 “대한민국의 살길은 과학분야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남과학고 학생들이 한국과학기술과 세계과학기술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또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에 21개 과학고가 있다며 경남과학고가 대한민국 공교육 1번지라고 자부했다.

 그 이유를 묻자 “교사와 학생이 서로 협력해서 깊이 연구하고 교사들은 4일간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내고 주 1회 귀가해 가족을 만난다”면서 “매우 헌신적이다. 교사의 열정은 학생 추천서를 들여다보면 평가내용에 잘 녹아있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과학고 입구에는 노벨상 좌대가 마련돼 있다”면서 “개교 30년을 맞았다. 졸업생들이 국내외 상당한 분야에 자리잡았다. 우리 졸업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 비어있는 좌대에 노벨상 수상자 흉상을 설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남과학고는 지난 1984년에 개교를 했다.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울산을 포함 영남권 유일 과학고로 출발해, 지금은 ‘맏이’ 자리에 놓였다. 경기과학고(1983년 개교)가 과학고로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대전ㆍ광주과학고와 함께 두 번째로 개교했지만, 경기과학고가 2010년 과학영재학교 운영을 시작했고 대전과 광주도 2014년부터 가세하기에 과학고 체제교육을 가장 오래 해온 학교로 자리한 것이다.

 교육성과로 매년 과고(2013학년 기준 21개) 상위권에 위치해왔다. 올해 대학에 진학예정인 97명 가운데 서울대 23명, 연세대 21명, 고려대 24명, KAIST 42명, 포스텍 12명 등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과학경연대회 ISEF에 한국대표로 2팀이 참가했고, 전국과학전람회에서는 최우수 1팀, 특상 4팀, 우수 1팀이 나왔다.

 쌓인 성과도 상당하다. 국제올림피아드(금상 4회, 은상 7회, 동상 6회) 한국올림피아드 전국경시대회(대상 40회, 금상 73회) 전국과학전람회(대통령상 3회) 대한민국인재상(3회) 등에서 수상을 거뒀다. 대통령 과학장학금은 79명이나 받았다. 과학계에 포진한 선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지난해 기준 젊은과학자상 3회 수상(과학고 1위)과 150명의 20대 박사와 60명의 대학교수를 배출했다.

 정규교과에서 연구활동에 무게를 싣는 특성상 교사 전문성이 탄탄할 수밖에 없다. 교직원 절반 이상이 박사과정 이상의 학력 소유자로 연구에 능숙하고, 전 교사의 근속기간이 10년이기에 학생 지도와 관리 노하우를 쌓기 좋은 환경이다.

 유 교장은 “우리 과학고 교사들 전부가 우수하다보니 가산점 제한(40%) 등으로 불리한 경우가 있다. 우리학교 교사들이 현재의 제도에서 불리한 것 같지만 시대적 변화에 너무 민감하지 말고 제자들을 키우는데 보람을 느끼다 보면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경남과학고가 연구중심교육 안정궤도에 오른 배경엔 체계적 교육시스템 운영이 자리한다. 1학년은 연구방법론 수업으로 기초를 다진다. 연구주제 정하기, 기자재의 원리와 사용, 연구계획서 작성 전반의 지식을 체득한다. 이후 학생의 적성 흥미에 따라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정보 융합과학 등의 영재학급에 속해 전문 지식을 쌓고 실제 연구를 한다.

 2학년은 1학년 과정에서 이뤄졌던 기초수준의 연구를 과제연구와 연계해 보다 심층연구에 힘을 쏟는다. 탐구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발표회를 통한 평가를 받아 최종적으로 ‘경남과학탐구논총’으로 엮는다. 장기적인 탐구활동을 협동으로 진행하는 특성상 자기주도적 탐구능력, 다면적 사고, 협동심 등을 기를 수 있다.

▲ 경남과고는 교사(校舍) 한 켠에 빈 좌대(座臺)를 설치하고 노벨상 수상자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화학-물리-정보과학 등 연계수업 기반 STEAM교육도 실시한다. 통합교과주제에 따라 독서 토론 탐구과제 수행이 이뤄진다. 존경하는 과학자나 최신 수학ㆍ과학 이론을 영어로 발표하고, ‘팔만대장경 750년 보존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물리와 공학, 역사, 종교로 접근하는 식이다.

 장학제도 운영도 탄탄해 누구나 노력한다면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다. 장학금 지급액과 수혜율은 전국 국공립고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장학금(한국과학재단) 1억, 정산장학금(정산장학재단) 9천600만 원, 큰들우수장학금(경남과고) 1천180만 원, 미래인재장학금(경남과학고) 1천120만 원 등 총 2억 5천915만 원을 110명에게 지급했다.

 역사가 긴 과학고이지만, 교정은 쾌적하다. 2011년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외관과 교실을 개선해 묵은 때를 벗겼다. 1996년 진주 시내에 위치했던 교정을 20km 떨어진 진성교육단지로 옮긴 까닭에 유해환경도 전혀 없는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서 할 게 없는 환경은 학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없다. 천연잔디 운동장과 조명시설이 있는 농구장 등을 갖춰 뛰놀기 좋다. 연못 옆 정자인 학사정 등은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정기적인 발표중심 ‘과학전’과 동아리 공연 중심 ‘큰들 축제’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사제간 소통이 원활하고 유대감이 끈끈한 학교 특유의 교풍도 눈에 띈다. 전교생과 모든 교직원이 정기적으로 교내식당에 섞여 앉아 생일파티를 한다. 식사하고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시시콜콜한 학교생활부터 진로나 학습처럼 무거운 주제까지 담소를 이어간다. 밥상머리교육을 일상화해 인간관계 의사소통 등 기본적 소양 갖추기에 충실하려고 한다.

▲ 경남과학고 학생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유병주 교장은 “경남과학고가 상을 받으면 ‘학생들이 우수하니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학생과 교사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경남과학고 인재상은 성실하게 탐구하는 창의적인 길라잡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슬기로운 길라잡이로 따뜻한 가슴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이 사회를 밝히는 동량지재로의 과학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 교장은 “경남과학고가 진주에 있다보니, 재정 지원 등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창원시가 창원과학고에 많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도 차원에서 균형있는 지원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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