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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과 종북 그리고 장벽
댓글과 종북 그리고 장벽
  • 강한균
  • 승인 2014.01.12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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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균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2014년 갑오년의 새해가 시작됐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지난해의 화두에 머물러 있다. 100% 국민의 통합을 외쳤던 박근혜 정부는 취임 1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여전히 댓글과 종북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명 높은 동물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적으로부터 방어하며 경계 짓기 위해 본능적으로 장벽을 쌓는다고 프랑스 역사학자 클로드 케텔은 말했다. 세계화와 개방의 파고는 마침내 1989년 거대한 이념의 벽인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 이제 지구촌 국가 간의 경계는 희미해져 노동과 자본의 생산요소뿐 아니라 문화까지 자유로운 이동을 하게 되면서 장벽의 높이는 점차 허물어져 가는 추세이다.

 한편 우리네 사정은 어떠한가. 남과 북의 대결은 최고조에 달해 비무장지대의 장벽은 더 없이 높고 견고해졌다. 게다가 철저한 이분법으로 재단된 우리 사회 진보와 보수의 장벽은 상호간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이고 우리 사회를 거의 반쪽으로 가르는 50%의 장벽은 더 한층 두텁게 형성 되어 가고 있다.

 도시 공원에서 60-70대 노인들이 보수와 진보의 그룹으로 구분 지어 놀고 서로 대화조차 않는 것은 이미 낯설지 않은 현상이다. 어르신들은 물론 이제는 젊은 층의 모임에서도 정치 얘기가 나오면 금새 둘로 쪼개지고 분위기가 험악해 진다. 공기업 민영화의 사회 경제적 득실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보수는 정부편을 들고 진보는 노조편에 동조하며 역사교과서 논쟁까지 좌우가 대립하고 있다. 그뿐인가 최근에는 ‘안녕하십니까?’의 대자보가 붙고 찢기는 대학가도 두 쪽으로 나뉘고 심지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댓글과 종북세력 척결에 교민들조차 두 편으로 갈라섰다.

 그 동안 보수는 진보를 좌빨 또는 종북으로 진보는 보수를 수구꼴통으로 각각 불렀다. 얼마 전 어느 연구단체에서 바른 용어를 위한 사회통합 모색토론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우익과 좌익으로 대체하자고 했다.

 좌빨과 수구꼴통으로 칭하는 한 상대에 대한 이해는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보수와 진보를 우날(우측날개)과 좌날(좌측날개)로 부른다면 오른쪽은 왼쪽을, 왼쪽은 오른쪽을 그토록 서로 무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어느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우날과 좌날은 상호보완적이지 결코 대립적이고 대체적인 것은 아니다. 상대가 먼저 변해야 나도 변할 수 있다는 사고가 지배하는한 둘 사이의 장벽은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며 서로의 간격은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할 것이다. 내 자신도 변하기가 어렵거늘 어찌 상대방을 변화시킬 것인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남북한은 통일을 위해 무력으로 벽을 허물려고 하다간 서로가 공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개방만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시계 제로의 김정은 체제에서는 언감생심이다. 그럼 역으로 북한의 개방을 위해 우리가 먼저 개방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만약 우리의 안방에서 북한 TV를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한다면 식상한 정치 구호와 체제선전의 뉴스와 드라마를 한 달 정도만 보고 나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고 지금의 보수들이 부르는 좌빨과 종북의 숫자도 급감할 것이며 정보 당국은 진짜 빨갱이를 색출하는 사회적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고 국정 최고책임자이다. 그 동안 선거 때만 되면 자기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국민의 편을 갈랐던 정치인들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하며 내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면 평행선을 그을 수 밖에 없다. 유능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다양한 악기의 조화를 최상의 화음으로 이끌 듯이 작금의 찢어진 우리의 국론을 모을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의 역량이 더없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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