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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은 했는가?
‘나’를 위한 선물은 했는가?
  • 신은희
  • 승인 2013.12.30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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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희 경영학박사/인경연구소장/기업컨설턴트
 “올해 1년, 제일 잘한 게 뭘까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시 머뭇거려진다면, 다음과 같은 답변은 어떠한가?

 “첫째, 안 죽고 살아남은 것입니다….” 이는 요즘 즉문즉설을 통해 많은 이들의 삶을 치유하고 있는 법륜스님이 남긴 송년메시지 중의 한 부분이다. 취직, 결혼, 승진은 물론이고, 돈 많이 번일, 집을 장만한 일, 새 차를 산일은 고사하고, 봉사활동을 새로 시작한 일, 여행을 다녀온 일 등 그 많은 일들 가운데서도 단지, ‘안 죽고 살아남았다면 그것이 대성공’이라 한다. 반전이다. 잠시 멍한 느낌마저 들지만 잠시 후 이내 곧 박장대소하고야 만다.

 그렇다. 오늘은 지난 일 년을 마무리하고 보내는 날, 다른 일들에서 잠시 떨어져 조용히 ‘나’ 자신과의 송년의 시간을 보내보자. 한 해 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이 세워놓은 목표와 계획을 이루기 위해, 또 가족과 이웃을 위해, 내가 속한 조직, 사회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위로와 감사의 시간을 가져보자. 돌이켜보면 후회스러운 기억도 많고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일들도 있을 법하다. 좀 더 노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나 원하는 만큼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이 더 앞설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만은 그런 시각에서 좀 벗어나 보자. 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세상과 험난한 시기에 당당히 살아남아 있는 ‘나’를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얼마나 대견한가? 박수라도 보내고 싶지 않은가?

 얼마 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어느 대학생이 붙인 대자보에 우리 사회는 들썩이고 있다. 그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찬반이 엇갈리기도 하고 각자의 입장과 방식대로 해석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안녕하지 못하다’는 답변의 대자보들은 평안치 못하다는 의미를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안녕’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서로 묻고 대답해 온 가장 평범한 인사말이다. 이것은 어느 사이에 화두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힐링’의 열풍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지금 상처받아 아프고, 지치고 힘겨워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이며,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인 ‘나’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해를 보내면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오늘, 우리는 그러한 ‘나’의 힐링과 안녕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 방송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에 ‘Who am I’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문학강좌가 있다. 이는 시대의 반향이라 하겠으며, 매주 방송될 때마다 각 기 다른 주제와 다른 강사지만 그들은 늘 이성과 과학과 기계의 발달 속에서 잃어가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본질, 그리고 행복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삶의 질과 행복은 자주 외부의 기준과 조건에 의해 평가된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위로받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늘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기 일쑤고, 어느 순간 ‘나’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존재와 삶을 소중히 여길 때 나를 둘러싼 주변의 존재와 삶도 함께 소중히 여기게 되고, 그렇게 모인 ‘나’들이 조직을 이루고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오늘이면 우리는 삶에 또 하나의 매듭을 짓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그야말로 털 것은 털어내고, 주울 것은 다시 줍고, 새로운 것을 찾는 송년(送年)과 영신(迎新)의 날이다. 그동안 주변에 감사의 인사말과 선물을 보냈다면 오늘은 ‘나’에게 그렇게 해보자. 정말 원하는 것이 있었다면, 그중에 작은 것이라도 선물해보자. 그리고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라. 두 팔을 조용히 쓰다듬으며 지그시 눈을 감아보라. 그리고 속삭여라. “참 수고 많았다. 괜찮다. 잘했다.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어떤가?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울림이 오지 않는가? 그것은 ‘나’ 스스로의 치유와 안녕으로부터 나오는 새살에서 솟는 긍정적 나르시즘의 에너지다. 이제 ‘나’는 그 에너지로 새해를 맞아라. 희망과 행복으로 채워갈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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