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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할머니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할머니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
  • 이동근
  • 승인 2013.12.22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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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공작소 ‘할머니 꽃이 피었습니다’展
디지털카메라 수업 후 사진 촬영까지… 소중한 순간 담아

 사람도 녹아버릴 것 같았던 무더운 지난 7월의 여름. 긴 여름을 지나쳐오는 4개월이란 시간 동안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만져보는 할머니들에게 사진에 대해 교육을 해야 했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할머니들이 전시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부분보다 익숙지 않은 낯선 경험을 어떻게 이해시킬지가 막연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생스러우며 험난한 전시회 준비가 될 것인 만큼 이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다면 나에게도 정말 색다른 경험일 것이란 기대감이 들기는 했지만 사진집과 전시회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막막함도 있었다.

 오래 고민은 하지 않고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결정은 빨리할 수 있었다.

 할머니들이 가장 즐거워 할 주제들을 생각해보았다. 잘 찍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욕심은 그저 내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만 그들에게 카메라를 쥐여주고 가장 소중하고 익숙한 장면을 찍어보라는 것을 매회 수업 때마다 강조하고 알려드렸다.

 수업은 곧 사진에 대한 이론 보다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주며 그 사진에 깃든 이야기들을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한 장의 사진에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며 설명해주며 험난하고 고된 세월을 할머니들에게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하는 과정을 담아낸 전시회를 만들기 위해 방향을 잡고 시작을 하게 됐다.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만져보는 당신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를 담지는 않았지만, 단 한 가지 당신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선을 작은 뷰파인더로 보고 담아낸다는 것은 카메라를 처음 만지는 분들에게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기에 말이다.

 나 자신 역시 사진을 담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지라, 버릇처럼 하는 고민이 좋은 사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할머니 展 작가들은 낯선 물건에 대한 두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생각하기 이전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살아내느라,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못했던 시간들.

 하루도 쉬지 않고 산복도로를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생업에 종사해 자식들 뒷바라지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던졌기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까지 생겼지만,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무렵은 그들부터로 시작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제를 다르게 정할 이유도 없었다. 손주들과 자식들 대상이 그 누구도 좋으니, 사진기를 꺼내 사진을 찍어주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대 간의 대화가 부족한 부분을 작은 카메라로 자식들과 손주들을 찍어주는 행위에서부터 조금은 그 벽이 허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과물에 어떤 피드백 도 해 드릴 필요도 없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던 당신이 항상 카메라를 주머니 안에 넣고 순간의 찰나들을 기록하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과물은 할머니들의 시선 그대로의 느낌을 가져가자고 생각을 굳혔다.

 처음 셔터를 누르는 조금은 부족한 기술과 할머니들이 셔터를 누르는 시선 그대로 사진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당신의 노력이 전달될 것이라는 믿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가지런한 모습이 예뻐서 담았다는 할머니 작가님 이웃들과 함께 옥상의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다가 자신에 발의 주름을 찍어보고 싶었다던 추석날, 자주 모일 수 없는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모습을 꼭 남겨보고 싶었다던 할머니 작가님.

 사진을 선별하고 글을 쓰면서 할머니들이 찍은 시선들 그 모든 사진에 사연을 말하고 있지 않은 사진들은 없었다.

 무더운 여름 항상 똑딱이카메라를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바람이 부는 옥상에 서서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꺼내 찍는 모습에 진한 감동을 느꼈던 적도 있었으며 카메라를 가지고 오셔서 내가 찍은 사진 좀 봐달라고 여쭤보는 할머니들도 계셨다.

 이미 그들과 나에겐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결과보다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느덧 사진을 스스로 즐기는 모습에 이 전시회에서 큰 의미는 얻어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과거를 함께 살아온 내 소중한 이웃이라고 말을 하고 있으며, 가끔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 손주들이며 자신이 시집올 때 가지고 온 물건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 않아도 그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은 무엇인지 전시회를 봐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만들어낸 이번 전시회의 매력은 낯선 시선 그 자체를 봄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아련함을 만들어 주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할머니 꽃이 피었습니다

 내 인생 어딘가에도 꼭꼭 숨겨져 있을 것 같은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말하려고 하면서도 성숙한 나이 속에서 애를 태우기만 한다.

 그래서 그 꿈은 그 시절의 언어를 배울 수 있기도 전에 우리의 기억으로부터 사라진다.

 나는 내일이 없는 사람인 것 마냥, 하루를 일년 처럼 살았다.

 이제 나는 저물어 가는 태양과 같지만, 내가 그동안 남겨온 순간들이 수많은 흔적으로 남아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리라!!

 내 인생은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는 한 송이 꽃이었다.

-‘할머니 꽃이 피었습니다’ 사진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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