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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과 배움
동행과 배움
  • 정창훈
  • 승인 2013.12.22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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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지난 5일 경남지체장애인협회 김해시지회에서 주관한 ‘2013년 이용자와 도우미 보수교육 및 청와대 관람행사’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복지시설을 방문도 하고 몇 시간 단위로 자원봉사는 했었지만 이번처럼 1박 2일간 함께 생활을 하면서 지낸 적은 처음이다.

 아침 8시 반에 출발해서 인천연안부두에 도착을 하니 거의 한시가 됐다.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와 서해 특유의 안개가 더해져 가시거리가 제한적이었지만 인천연안부두에서 하모니라는 유람선을 타고 인천대교를 돌아오는 한 시간 동안 활동보조, 도우미와 장애인들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 선상에서의 강남스타일, 블록쌓기, 모자 돌리기 등의 다양한 이벤트도 즐기고 인천대교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총 18.38㎞의 다리로 세계에서 5번째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긴 다리다. 총 6차로로 돼 있으며, 10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1일차 여행을 잘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숙박하기로 한 호텔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일부 장애인들의 불평불만이 있었다. 일정대로 보수교육과 레크레이션을 마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와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는가. 자꾸만 웅장한 인천대교와 낡고 불편한 숙박시설들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아니란 말인가.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을 1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크게 신체적 장애 12가지와 정신적 장애 3가지다. 신체적 장애에는 외부 신체기관 지체장애, 뇌병변 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안면장애. 내부 신체기관으로는 신장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장루ㆍ요루장애, 간질장애. 정신적 장애 3가지는 지적장애, 정신장애, 자폐장애가 있다.

 그중에서 지체장애란 사지와 몸통의 운동기능장애를 말한다. 사지란 상지의 어깨관절에서 손가락 끝까지, 하지란 골관절에서 발가락 끝까지, 몸통은 척추를 중심으로 한 상반신과 목과 머리 부분을 말하는데, 흉부와 복부의 내장기관은 포함되지 않는다. 지체장애는 발생 원인에 따라 소아마비, 뇌성마비, 뇌졸중, 척수손상, 사지절단, 관절염, 신경근골격계 손상, 근이양증 등이 있다.

 이번 동행에는 지체장애인들이 함께했다. 도우미 중에 한 분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들이 숙박시설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고 성토한다. 거의 대부분 식당들이 비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하지, 장애인을 고려한 시설을 하지 않아 주로 식사는 뷔페라든지 고급식당만 이용할 수 있어, 일반식당 이용은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어디 이러한 불편이 숙박시설과 식당만일까.

 서로 다름은 우리의 삶에도 귀중한 선물이다. 때로는 서로 부대끼지만 다름을 다양한 선물로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은 우리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빌 하비트는 “어떤 사람이든 장점이 있고 타인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 따라서 그것만 배우면 된다. 상대를 경시하는 순간 상대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다. 이 일로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고 한다. 그 어떤 사람이 바로 우리와 함께 동행하고 서로 배워가는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이다.

 공자의 어록 중 하나로서 ‘논어’ 술이편에 삼인행, 유필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중에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동행하면서 배운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고 깨달음이다. 인간의 욕구와 환경이 존중된 복지체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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