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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이야기
통계이야기
  • 강한균
  • 승인 2013.12.15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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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균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
 영국의 정치학자 디즈 레일리는 세상에 세 가지 큰 거짓을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는 거짓말 두 번째는 새빨간 거짓말 세 번째는 통계라 했다. 또 어떤 이는 서양 속담을 빌어 통계를 이렇게 비유하기도 한다. 빛이 하나도 없는 깜깜한 방에서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지도 않는 검은 고양이를 찾는 것을 철학이라고 하고, 있지도 않은 검은 고양이를 찾다가 갑자기 찾았다고 하면서 소리 지르는 것을 종교라고 했다. 이보다 더 심한 거짓을 통계라고 하며 이러한 허상을 통해 우리는 서로 속고 속으며 생활한다고 한다.

 통계의 허상을 간단한 예로 살펴보자. 2012년도 우유가격이 천원, 빵가격이 500원인데 2013년도에는 우유가격이 500원으로 내리고 빵가격은 천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물가의 변동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012년을 기준연도로 하면 2013년의 물가는 25% 상승했고 반면 2013년을 기준연도로 하면 2012년의 물가가 25% 상승하게 된다. 왜냐하면 2012년의 유유와 빵의 물가지수를 각각 100이라고 하면 2013년의 물가지수는 우유 50, 빵 200이 되어 평균 125가 되어 25% 상승하게 된다. 한편 2013년의 우유와 빵의 물가지수를 각각 100이라고 하면 2012년 물가지수는 우유 200, 빵 50이 되어 평균 125가 되어 2012년의 물가가 오히려 25% 높게 나타난다.

 0부터 9까지의 오로지 10개의 숫자로 이뤄진 통계는 놀라운 설득력을 지닐 때가 많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직장에서 부하가 상사에게 보고할 때 자신이 잘못한 실수는 구두로 하고 잘한 일은 숫자로 하라고 한다. 가끔 선거에서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지만 무릎을 칠 정도로 정확할 때는 통계에 대한 신비감마저 들곤 한다. 올해 수능시험에서는 교과서의 통계가 최근 통계를 반영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은 일부 수험생들이 집단소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계의 정보가 왜곡되고 과장되어 전달될 경우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하며 특히 정치권에서 악용되어 질 때 그 폐해는 심각하다. 현재 부동산 매매거래가 이뤄지면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관청에 신고하는 제도하에서 주간단위의 부동산시세 통계는 신뢰성에 문제를 줄 수 있다. 또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대선공약과 국정목표로 삼았던 연간 7% 경제성장, 4만 불 국민소득, 7위 경제대국 진입을 뜻하는 747공약은 처음부터 달성 불가능한 과장된 대표적 통계 지표로 국민들에게 좌절과 허망함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통계의 또 다른 문제는 착시 효과이다. 서민생활은 더 팍팍해지고 가계의 빚은 더 늘고 양극화는 심각해졌는데도 올해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 4천 달러로 역대 최고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국민소득 증가의 절반은 원화가치가 강세로 전환된 환율효과 덕분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에 OECD기준 70% 고용률 달성이라는 일자리 창출 목표를 제시해 대선에서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신뢰를 중시하는 정부는 당장 시간선택제 일자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거국적으로 실천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는 전일제가 아닌 하루 4~6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의 130% 이상 급여와 각종 복리후생을 누리는 고용형태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은퇴한 베이비 부머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경제활동인구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고용지표는 지난해 말 58.3%이었으나 15-64세까지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한 OECD 기준 고용률 지표는 63.7%로 전환돼 이미 지표 산출기준 방식 변경을 통해 이미 5.4% 포인트의 고용률 상승 착시효과를 반영했다.

 이제 2017년까지 9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문제는 정부가 70%라는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치에 매몰돼 어떻게든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무리한 정책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가 무리한 선거공약에 묶여 통계에 종속되는 또 다른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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