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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좀 여유로워지자
이젠 좀 여유로워지자
  • 성기홍
  • 승인 2013.12.12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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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홍 경남도교육청 학교정책과장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탕을 깨어서 먹고, 엿도 씹어서 먹는 나라이다. 외국인들은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질이 급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한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받은 카카오톡에서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해야 할 일은?’이라는 문제의 답을 ‘자크를 내린다’라는 초등학교 1학년의 답지를 보고 한참을 웃은 일이 있다. 그 학생으로서는 얼마나 고민을 하고 난 뒤에 작성한 답안일까 마는 이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성을 나타내는 한 단면이다.

 터키 사람들은 생긴 모습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유럽계의 종족으로 보이지만 그네들은 우리나라를 형제국이라며 호감을 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성질이 급한 것은 우리와 너무나 닮았다. 얼마 전 터키를 방문 했을 때 이스탄불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해 램프로 움직이고 있는 중에 모두 일어나서 짐을 챙기는 모습은 흡사 우리를 닮았다.

 터키와 그리스는 오스만터키의 그리스 침략 역사 후에는 서로를 원수처럼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처럼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바로 옆의 나라이지만 그리스는 악천후 에서도 공항에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하면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조종사에게 박수 세례를 보낼 정도로 성격의 차이가 있다.

 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의 원동력을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했지만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는 귀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도중에 신호등의 출발 신호와 함께 굉음을 울리며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차량들과 길을 가면서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항상 준비하고, 바쁘게 생활하는 근면성이 한국 발전의 원동력 이라고 말한 일화가 있다.

 2002년 월드컵 중 미국과 한국의 경기가 열린 대구에서의 일이다. 보통 때 같으면 먼 거리의 경기장에 가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고 가라고 교통을 통제하면 불평이 대단할 텐데, 아무 불평 없이 유도 요원의 안내에 먼 곳에 있는 학교의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입장 전 줄을 서서 기다리다 승차해 경기장으로 모였다. 전반전이 끝나고 전광판에 ‘지금은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라는 안내 문구에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모두들 일어나서 자기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담아 경기 후 청소를 할 필요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때 대구 시장이 붉은색의 셔츠를 무료로 배부를 할 때도 한 줄로 서서 옷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한 줄로 서서 조용히 셔츠를 한 장씩 받아 갔다. 만약 지금 시내에서 셔츠를 공짜로 나누어 준다면 줄은 물론이요, 한 장 더 받아가기 위해 아비규환일 텐데….

 예전의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는 최악의 수준이다가 86아시안게임 때부터 변화하기 시작해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렇게 반세기만에 세계의 최빈국에서 무역량 10대 강대국의 위치에 까지 발전하고,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위치가 바뀐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민족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빨리빨리’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중국 사람들처럼 만만디(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는 아니라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자.

 남이 보건 보지 않건 항상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 때처럼 질서를 지키는 국민이 되자. 나의 주장을 내 세우기 전에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양보도 좀 하면서 여유롭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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