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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증후군
문턱증후군
  • 정창훈
  • 승인 2013.12.08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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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수능까지 치르고 난 학생들은 다시 대입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왜 나는 이렇게 숨 돌릴 틈도 없이 공부만 해야 하는가”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향해 “배부른 소리한다”, “그것은 경쟁도 아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살기가 어렵다”하면서 학생들의 나약함을 꾸짖는 기성세대도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아이들은 경쟁의 달인이다. 유치원부터 치열한 경쟁을 했고 그 혹독한 입시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해 10년 이상을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면서 고도로 훈련받은 전사들이다. 그런데 그들도 입시문턱을 넘자마자 공부의 이유를 상실하고 거시적으로 보이는 대학으로부터 비치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문턱증후군 환자가 되어버린다. 공자의 말씀인 ‘학문을 아는 자는 이를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학문을 좋아하는 자는 이를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대학이라는 이름만 내세우는 어리석은 문턱증후군 환자가 되고 만다. 이 사회는 다양한 문턱증후군 환자를 대량생산하고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울산에 있는 배를 건조하는 현대중공업의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던 때가 있었다. 회사 곳곳에 설치돼 있던 알림 게시판에는 연중 여러 대학교 동문체육대회, 신년인사회, 송년회와 향우회 등 서로 경쟁하듯 행사안내가 붙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회사 내에서 자기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문턱을 만든 비공식조직은 회사목표의 달성 외의 다른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결성된 비공식 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구성원들이 개인적 욕구충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조직이다. 주된 동인이 되는 것은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공동의 형태로 만족시키고 자신들의 문턱을 과시하려는 조직의 형태로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에 의하여 구성된다. 조직 내에 존재하는 동문회, 향우회 등의 지연, 학연모임이 주를 이룬다.

 회사 조직의 입장에서 볼 때 비공식조직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순기능으로는 개인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통로가 되고, 서로 다른 부서와 구성원 간의 정보의 흐름을 조화롭게 해 개인의 인간적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오히려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인 공식조직에서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역기능은 조직 내의 비정상적 정보흐름을 발생시킨다거나 조직 내의 소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직구성원들이 공식조직의 업무보다 비공식조직의 일에 몰두하게 돼 학연, 지연, 인맥을 중심으로 하는 파벌형성으로 조직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비공식조직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뭘까. 어떤 직군, 직함, 회사, 학교 등 그 앞에서 악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문턱증후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박웅현은 그의 저서 ‘여덟 단어’에서 문턱증후군을 그 문턱만 들어서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잘못된 증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 대학의 문턱만 넘으면, 어느 회사에 취직만 하면, 어느 직업을 갖게만 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판사가 되고 의사가 되는 순간 인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판사 증후군, 대학 증후군, 의사 증후군, 연예인 증후군, 기업 증후군의 이야기는 우리 생각 저변에 ‘아! 저렇게 된 사람은 다 존경할만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무조건적으로 어떤 권위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비해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가 완벽하게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문턱을 넘은 사람이든 넘지 않은 사람이든 자신이 볼 수 있는 세상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을 열고 나갈 때나 들어올 때나 항상 같은 마음을 가지고 마음의 문턱만은 없는 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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