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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
하인리히 법칙
  • 박중식
  • 승인 2013.12.03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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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식 김해외국어고등학교 교장
 헬리콥터가 아파트에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속도로 주행선에 고의로 차를 세워서 여러 차가 추돌하는 사고도 있었다.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날까 하는 의아심이 생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이 많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조그마한 방심으로 인해 큰 사고를 당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니 개인적으로 겪은 좋지 못한 일들이 떠오른다. 방한모를 귀에까지 눌러쓰고 신호등 길이라고 마음 놓고 걷다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밀려간 적이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눈이 조금 내렸기에 그냥 녹겠지 생각하고 두었는데 밤사이에 눈이 얼어붙어서 한 달 내내 고생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던 하인리히(Heinrich)가 사고에 대한 통계를 내다가 어떤 대형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많은 전조(前兆) 현상이 일어난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훗날에 사고를 미리 알리는 신호가 약 300회 정도 일어나고, 29번의 제법 주목을 끄는 경고가 있었던 후에, 1번의 재해가 발생한다는 통계를 얻게 됐는데 이것이 ‘300 : 29 : 1’이라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하인리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연쇄관계를 연구해 도미노 이론(domino‘s theory)을 만들었으며 이것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관리이론으로 발전했다. 이 이론은 재해가 일어나는 것을 5단계로 나눴는데 첫 번째 단계는 ‘유전과 환경’이다. 사람들의 무모함, 탐욕, 흥분, 빈곤, 비위생, 무질서의 요인들이 사고를 유발하는 첫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단계로 사람의 ‘실수’가 연결되고, 세 번째 단계로 ‘불안전 상태’가 발생하며 네 번째 단계는 ‘사고’ 발생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의 단계가 연결돼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단계는 ‘상해와 재해’이다. 사고가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상해와 재해로 발전한다는 말이다. 이 도미노 이론은 다섯 단계 중에서 중간의 한 단계만 차단해도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사고 예방의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음을 말해 주는 이론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안전지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사고 예방의 핵심은 언행 관찰과 적시성(適時性)이다.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든지 미리 암시하는 행동을 보인다. 학생이 갑자기 평소와 다르게 많은 용돈을 요구하거나 학업에 소홀해지고 이유 없이 귀가가 늦거나 얼굴에 고민과 불안의 그림자가 보일 때가 있다. 이러한 이상한 점이 관찰되면 바로 가볍게 말을 걸어본다. “안 좋은 일이 있니?” 혹은 “공부가 힘드니?”하고 대화를 시도하고 반응을 살펴봄으로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사고 예방교육을 통해 실수나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예방교육이 가능하다. 잘못된 그림 찾기, 제자리가 아닌 물건 찾기, 그림에서 위험성이 있는 것 찾기와 같은 교육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감지하게 하는데 효과가 크다. 그리고 생명과 관계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교육과 훈련으로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사람의 신체부위 중에서 어느 부위가 위험한 곳인지를 알도록 해야 하고, 의자를 몰래 뺀다거나 걸어가는 사람의 발을 걸면 피해자는 평생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알고 있다고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환갑을 넘긴 아들이라도 외출할 때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길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자녀가 등교할 때마다, “차 조심해라. 친구들과 싸우지 마라.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라”하는 잔소리가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잔소리는 생명의 복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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