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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과 취업
자격증과 취업
  • 정창훈
  • 승인 2013.11.24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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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대학 캠퍼스에는 가을의 낭만을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찬바람과 함께 취업이라는 문턱에 학생들이 몰려있다. 모두가 의욕이 넘치고 뭐든지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취업을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자격증란에 적을 것이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자격증은 2008년 약 600개 정도에서 2012년 민간자격증이 4천 개를 넘어섰고 그에 따른 혼란과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민간자격증은 1997년 민간자격증 도입부터 자율에 맡기고 있으며 2007년 자격기본법이 만들어지고 등록제를 시행했지만 허가제가 아니라 일정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자격증을 신설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국가공인 자격증은 2013년 4월 기준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자격증 홍수 시대가 아니라 민간자격증 홍수 시대인 것이다.

 필자도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어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33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그중에 14개가 국가자격증이다. 국가자격증은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이라고 한다면 민간자격증은 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기위한 자격증과 주말이든 노후에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 준비한 자격증이 있다.

 소지하고 있는 자격증 중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은 늘 먹는 음식이고 가장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한식 조리에도 우리가 모르는 요리공식이 있다는 것을 자격증 취득을 하기 위해 실습을 하면서 배웠다. 한식조리의 기초인 밥 짓는 법, 비빔밥과 국수 삶는 법, 야채를 채 썰고 볶고 당면을 삶는 잡채 조리하는 법을 통해 생활 속에 요리 만드는 새로운 재미를 경험했다. 좋아하는 일이 생활에 활력도 될 수 있고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면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은 자격증을 따면 바로 취업이 되는가, 취업알선도 해 주는가? 합격률은 어느 정도인가? 합격만 하면 취업이 보장되는가? 이 같은 질문에 필자는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취업되는 자격증이 있으면 나에게도 알려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도 그 자격증을 다시 공부하겠다고.

 글로벌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은 “학원에서 며칠 강의 듣고 M&A 매니저 자격증이나 6시그마 자격증을 제출한 지원자도 있었다”고 하면서 이러한 노력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열정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인성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4단계 실무급 면접인 분석발표, 집단토론, 전공면접과 인성면접을 거치면 대개 채용여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인사팀의 한준호 부장은 채용 시에 자질과 기본기를 중시한다. 스펙이 화려한 지원자에게 면접위원들은 ‘당신이 전공을 위해 노력한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라고 묻곤 한다. 대학 4년간은 전공 하나 제대로 파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 학점(4.5점 만점에 3.0 이상)과 직군별 공인 영어성적 기준을 명시해 놓았다. 이 두 가지만 충족하면 서류전형이 통과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2년 청년들이 꼽았던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의 ‘취업 5대 스펙’이 2012년에는 봉사, 인턴, 수상경력이 추가된 ‘취업 8대 스펙’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취업 자격이 ‘취업 8대 스펙’으로 늘어난 탓에 구직자들의 노동시장 평균 진입연령 역시 늦춰지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0~24세 고용률이 44.5%로, 10년 전에 비하면 9.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의 선발과 채용제도를 받쳐온 실적과 스펙중심의 인사정책이 무너져간다고 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취미와 관련된 자격증 몇 개쯤은 기회가 있으면 꼭 취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국가자격증이든 민간자격증이든 자격증은 재직자에게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며 실업자ㆍ미취업자나 취업준비생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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