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3:43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3.11.14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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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0)
 이런 말씀을 하는 김원빈 선생은 더욱 충격적인 말을 했다.

 “내가 그 태백산의 비밀이라는 만화책을 아직껏 잘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 그 좋은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했더니 김 선생은 “그 책을 내가 얼마나 아끼는지 죽어도 공개를 안 하겠다”고 하시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내가 죽든지 아니면 소장할 입장이 못 될 때는 찢겠다.”

 정말 뜻밖의 말이었다. 우리에게 만화 ‘주먹 대장’으로 유명하신 김원빈 선생… 주먹대장 작품은 소장가들이 몇몇 있지만 ‘태백산의 비밀’은 자기 혼자만 영원히 소장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득한 옛날부터 만화가 곧 시작되었고 또 만화작가들은 첫 작품을 낼 적부터 혼신을 쏟아 독자에게나 후배들에게도 부끄러움 없는 작품을 창작해 내고는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김원빈 선생은 이 ‘태백산의 비밀’이라는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고 타계를 했다.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7. 인주 삼촌 이야기

 이제 큰집에 사셨던 세 분의 삼촌 중에 제일 위의 인주 삼촌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분은 삼천포 시내에서 제일 과격한 분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쟁에 참여했던 작은 영웅이기도 했다.

 인주 삼촌 방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 그 사진은 천으로 된 군모를 쓰고 가슴에는 열개가 넘을 정도의 많은 훈장을 달고 있었고 모자의 계급이 작대기 셋 갈매기 셋 그리고 그 위에 별도 있었다.

 그때 계급으로는 특무상사였다. 그 사진을 보는 나는 인주 삼촌은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보였다.

 그리고 서랍에 있는 훈장을 하나하나 세워 놓고 보고는 다시 서랍에 넣어 두었다. 인주 삼촌은 군에 입대 하기 전에는 권투 도장에서 운동한 권투 선수였다.

 6ㆍ25사변이 일어나기 전에 민병대로 지원하여 군인이 됐는데 그 다음해 전쟁이 일어나자 최전방에서 전투에 참가했다. 전투 한 번 마다 멋진 훈장을 하나씩 받으시고 또 계급도 하나씩 계속 올라갔다.

 그래서 받은 훈장이 모두 합해 15개 정도였다. 또 계급도 계속 올라가서 특무상사에서 준위까지 올라가시고 결국은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훈장도 받은 분이었다.

 한 번은 집에 인주 삼촌의 친구가 찾아왔는데 그분은 배에 인민군의 따발총을 5~6발을 맞고도 죽지 않고 살아난 분이었다고 한다.

 그분은 우리 식구에게 그때 입은 상처의 흉터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어머니는 그분을 깍듯이 대접하여 보냈었다.

 인주 삼촌은 최전방에서 적들과 싸우면서 옆에 있던 전우들이 총에 맞고 죽는 것을 보면서 전쟁이 끔찍해지고 더이상 군 생활이 싫어졌다고 할 즈음에 전역신청을 했다고 한다.

 즉 제대를 하겠다고 신청을 했지만 전쟁 통이라 도대체 제대를 시켜주질 않아 손에 권총을 쏘아 상처를 입힌 후 스스로 나이롱 환자인 상이군인으로 제대를 했다.

 인주 삼촌은 군대에 근무 시절 잠시 휴가를 나오셨는데 삼촌은 나에게 어른 손가락만 한 납작하고 말랑 말랑 한 과자를 주어 나는 받아 입에 넣었드니 달콤한게 참 맛있었다. 그래서 잘씹어 삼켜 먹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잠시 후 형을 만났는데 형도 입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씹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형에게 물었다. “성, 입에 씹고 있는 게 뭐야?”

 형은 말하기를 “이건 껌이라는 건데 계속 씹어도 그대로 있는 거야. 단물도 계속 나오고 며칠 동안 씹을 수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참으로 신기했다. 하루 종일 씹어도 그대로 있다니. 나는 형에게 다시 물었다. “형, 그거 어디서 났어?”

 그러자 형은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군에서 휴가나온 인주 삼촌이 준거야, 너의 것도 있다던데 너는 안 받았어?”

 형은 나에게 되물었지만 그때서야 나는 방금 인주 삼촌이 준 말랑말랑 한 과자가 껌이라는 것 인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멋도 모르고 금방 삼켜 버린 것이 정말로 후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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