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3:42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3.11.13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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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9)
 6. 태백산의 비밀

 여기서 개인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그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1954년 우리나라 만화계가 만화대여점에서 막 자리를 잡을 시기에 나왔던 만화 작품들을 자세히 서술하려고 한다. 이것들은 한국 만화 초창기의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이었다. 우리 집 점포에 세를 얻은 분이 만화 대여점을 차리고 부산에서 만화를 사와서 만화 대여점 영업을 하였다.

 형과 나는 그때 제일 재미있고 기억이 남는 작품이 김원빈 선생님의 첫 데뷔작 ‘태백산의 비밀’이었다.

 당시 작품들은 만화체가 많았는데 ‘태백산의 비밀’은 그림체가 특이했다. 즉 사람의 인체가 팔등신으로 선이 많은 화풍으로 만화 화풍 자체가 그 당시 매우 신선해 독자들이 재미있게 보았다.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대강 적어 볼까 한다.

 때는 6ㆍ25 동란 무렵으로 서울의 거리에 스파이 활동이 대단했다. 젊고 노련한 첩보원 철민(이름은 분명치 않음)은 서울서 암약하던 남파 스파이를 추적하는데 이 스파이는 도시 맨홀을 통해 사라져 버렸다.

 철민은 그 스파이를 추적해 태백산까지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곳 태백산에는 스파이 아지트가 있고 이 아지트에는 사람들은 모두 흰 두건을 쓰고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은 특이했다. 즉 두건과 배에는 서열을 나타내는 숫자를 적어 놓고 그 숫자대로 서로 다른 대원을 대하고 있었다.

 철민은 한 대원을 처치하고 몰래 그자의 옷과 두건을 쓰고 스파이 집단에 침투한 것이었다.

 처음은 서열이 낮은 대원의 두건을 쓰고 활동하는게 불편해 몇 번 더 상대를 제압하고 점점 높은 서열의 대원의 역할을 하며 그 집단의 비밀을 깨기 시작했다.

 이곳의 태백산 스파이 아지트에는 서열이 낮은 대원들의 두건은 피라미드 모양이지만 서열이 높은 대원들은 양쪽 귀에 뿔 모양으로 된 두건을 쓰고 있는게 특징이었다.

 그곳에서 암약하던 철민은 그곳의 정체를 알게 될 순간 공교롭게도 발각이 되어 위기의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곳의 서열 3위의 괴수가 철민이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철민은 몇 번 더 서열 3위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또 서열 3위는 북한으로 끌러간 누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돼 두 남매는 눈물의 상봉을 하게 된다.

 철민은 누나에게 계속 도움을 받지만 나중에는 그 사실이 서열 2위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누나는 위기에 빠지며 이야기의 전개는 극에 달하고 만다.

 이제 철민의 누나를 잡으러는 서열 2위와 또 반대로 그에 대항해 누나를 도우려는 서열 1위의 등장으로 그야말로 사건은 더욱 복잡하게 얽히면서 흥미를 자아내게 된다.

 지금 읽어도 손색없는 이런 흥미진진한 만화 ‘태백산의 비밀’은 언제인가 한국 만화가협회에서 발행하는 캐리커추어 잡지에 내용이 소개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태백산의 비밀의 작가는 기억지 못한다고 서술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 글을 쓰면서는 그 작가를 알게 되었다. 지난 2007년 8월 25일 남이섬에서 자그만한 만화가 모임이 있어 그곳에 참석하게 됐다. 그곳에는 만화가 몇분이 모였는데 그 자리에 신동헌, 김원빈, 손의성, 권영섭 같은 원로 만화가 선생들이 있었다.

 그때 마침 출발하는 기차 칸에서 김원빈 선생은 옛날 데뷔 시절 이야기를 하시는데 놀랍게도 그 ‘태백산의 비밀’이라는 만화 이야기였다. 당시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 선생이 자기 솜씨를 보고 만화를 그려 보라해 만화를 그렸는데 그 첫 작품이 ‘태백산의 비밀’이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김원빈 선생에게 그 태백산의 비밀이라는 만화의 내용을 아시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우물쭈물 하시면서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김원빈 선생에게 내가 아는 대로 그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 해 주었더니 자네가 어떻게 그 내용을 아냐며 정말로 신기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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