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22:48 (토)
이 가을에 낭만적인 소설을 읽어보자
이 가을에 낭만적인 소설을 읽어보자
  • 이진규
  • 승인 2013.10.30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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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규 김해생명의전화 이사장
 “정수야, 나 누구야?”

 “엄마.”

 정수는 울지 않으려 고개를 쳐들고 눈을 부릅뜬다.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한 번만 더 불러봐.”

 “엄~마.”

 정수는 기어이 목이 메어 어깨를 들썩였다. 엄마는 어린아이한테 이르듯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정수야. 너… 다 잊어버려도 엄마 얼굴도, 웃음도 다 잊어버려도… 네가 이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건 잊으면 안 돼.”

 정수는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다 문득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 아들에게 쥐여줬다.

 “이거 나중에…… 네 마누라 줘.”

 엄마는 정수가 그 반지를 받지 않고 자꾸만 고개만 젓자 마침내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잊어버릴까봐 그래. 아무리 뒤져봐도 엄마가 이거밖에 줄 게 없다. 미안해.”

 정수는 엄마 품에 안겨 울음을 삼키느라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한동안 아들을 끌어안고 있던 엄마가 정수를 떼어내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수야, 엄마가 아무래도 곧 정신을 놓칠 것 같다. 자꾸 가물가물해.”

 연수는 이미 엄마가 자식들과 마지막 이별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차마 엄마 얼굴을 볼 수 없어 핸들을 부여잡은 채 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엄마의 낮은 음성이 이어졌다.

 “엄마, 연수 사랑해. 알지?”

 “네. 저도… 엄마 사랑해요.”

 연수는 고개를 숙이고 엄마 몰래 울고 있었다.

 “그래. 사랑해. 아주 많이 사랑해.”

 엄마도 울고 있는가 목소리가 점점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너는 나야. 엄마는 연수야….”

 “네.”

 “이제 동생 데리고 가. 엄마 아버지랑 좀 쉬어야겠다.”

 연수는 소리 죽여 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뒤에서 엄마가 연수의 목을 끌어안았다.

 “착한 우리 딸.”

 엄마의 눈물 젖은 입술이 연수의 볼에 닿았다. 연수의 볼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노희경님의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한 부분이다.

 가을에 읽을 수 있는 낭만적인(?) 소설이랄까, 시린 마음을 풀 수 있는 소설이랄까, 가슴 속에 저장해 둔 눈물을 꺼내어 울 수 있는 소설이랄까? 여하튼 한 번쯤은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울 수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내가 먼저 읽고 아내에게 건네줬다.

 “당신이 펑펑 울 건데 줘야 하나… ”했는데 굳이 읽겠단다. 몇 시간 뒤에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의 눈물이다. 드디어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울어야 할 일이 참 많다.

 그런데 울지 못하고 참아내고 있다. 그래서 한 번쯤 가슴 속 깊숙이에 저장해 둔 샘에서 눈물을 두레박으로 퍼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인생을 살 것이다. 그래야 남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문학인 전도서에서는 인생에도,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라고 했다. 사랑하는 예수님도 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며 목놓아 우셨다.

 24시간 TV는 제 일을 다 하려는 양으로 쉼 없이 틀어대는 웃기는 얘기들이 필요하더라. 그런데 이 가을에 가슴 시원하게, 가슴이 뻥 뚫리도록 울 수 있는 소설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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