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우리들은 고향 하나쯤 품고 산다
어린 날 보리 냄새 휘파람도 들려오는
오늘은 기억의 언저리
열차표를 사고 싶다
내 마음 깊은 곳 닿지 않는 끄트머리
어느 날 낯선 역에 잊고 내린 내가 있어
한 번 더
길 떠나고 싶다.
기적 소리 먼 소리
<약력>
경남 남해 출생
1983년 : <현대시조> 천료
시집 : `치자꽃 연가` `흔들려서 따뜻한`
수상 : 성파시조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현) 센텀치과기공소 대표
바람은 선선하고 햇살은 까슬까슬하다.
들판은 노랗게 물이 들어 풍성하고 산은 조금씩 붉은빛으로 변해 가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런 때는 모든 것 다 놓아버리고 어디론지 떠나고 싶어진다.
때 묻지 않은 옹달샘 같던 시절, 꿈 많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면 가을은 참 알 수 없는 계절이다. 잊었던 것을 떠올리게 하고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고운 것들을 살아나게 한다.
시인은 기억의 언저리에 묻어놓고 있는 고향으로 가고 싶어 열차표를 사고 싶어 한다.
그곳은 때 묻지 않은 맑고 깨끗한 곳이며 순수한 꿈과 설렘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기적 소리 먼 소리로 남아있는 그곳으로 열차표를 사서 길 떠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은 우리 모두가 다 똑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시인만이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몹시도 멀리 와 있는 우리 모두가 한결같이 돌아가고 싶은 곳이리라.
낯선 역에 두고 온 꿈 많고 설렘이 많았던 나를 찾아 이 가을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천성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