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4:53 (일)
말의 힘
말의 힘
  • 이진규
  • 승인 2013.10.16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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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규 김해생명의전화 이사장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나는 같은 반의 한 아이가 방과 후에 집으로 가는 걸 보았다. 그 친구의 이름은 카일이었다. 카일은 교과서를 다 집으로 가져가는 것 같았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왜 금요일에 교과서를 집으로 가져가지? 공부벌레인가 봐’ 나는 주말에 신나게 놀 계획이었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내 갈 길을 갔다. 걸어가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카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아이들은 카일에게 돌진해서 그의 팔에서 책을 다 떨어뜨리고,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카일의 안경이 튕겨져 나가 3미터 정도 떨어진 풀밭에 떨어졌다.

 나는 고개를 든 카일의 눈에 담긴 큰 슬픔을 보았다. 그리고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나는 엎드려 안경을 찾고 있는 카일에게 달려갔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는 그의 안경을 찾아 건네주며 말했다.

 “쟤들은 정말 못됐어. 언제 철이 들지…”

 카일이 나를 보며 말했다.

 “고마워!” 그는 환하게 웃으며 미소 지었다.

 진정한 감사가 담긴 미소였다. 나는 카일이 떨어진 책들을 챙기는 걸 도와준 후, ‘어디 사니?’하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는 나와 가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전에 너를 본 적이 없는 거니?”, “나는 사립학교에 다녔어” 나는 그때까지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어울려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집으로 오는 내내 대화를 나눴고, 나는 그의 책들을 들어 주었다. 알고 보니 카일은 참 괜찮은 아이였다. 나는 그에게 토요일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려고 하는데 같이 하겠냐고 물었다. 카일은 기뻐하며 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주말 내내 같이 놀았고, 나는 그를 알면 알수록 더 좋아하게 됐다. 내 친구들도 카일을 좋아했다.

 4년 동안 카일과 나는 절친한 친구로 지냈다. 고등학교 4학년 때, 우리는 대학교 진학을 생각했다. 카일은 조지타운대학로 가기로 결정했고. 나는 듀크대학에 가려고 했다. 카일은 우리 반의 졸업생 대표가 됐다. 나는 그런 카일을 ‘범생’이라고 놀렸다. 카일은 졸업 연설을 준비해야 했다.

 졸업식 날, 나는 카일을 보았다. 그는 훌륭해 보였다. 카일은 연설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졸업식 날은 인생의 힘든 시기를 통과하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 선생님, 코치님….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마운 친구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친구가 돼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라고 저는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가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카일이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들으며 나는 어안이 벙벙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카일은 그 주말에 자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카일은 어머니가 학교에 오실 필요가 없도록, 사물함을 정리해서 소지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카일은 나를 응시하며 살짝 미소 지었다.

 “감사하게도, 저는 죽음에서 건져졌습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짓을 하지 않도록 제 친구가 저를 구해 줬습니다” 그 잘생기고 인기 있는 소년이 가장 연약했던 순간을 말할 때, 청중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일의 부모님도 나를 보며 내 친구와 똑같은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그 순간까지 나는 과거에 있던 그 사건의 깊이를 모르고 있었다.(중략)

 ‘말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Change your Words Change your Life)’라는 책을 쓴 조이스 마이어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의 말과 행동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마라. 친절한 몇 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더 좋게 이든, 혹은 더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하나님은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서로를 두셔서 어떤 식으로든 서로 영향을 미치게 하셨다”고 말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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