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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ㆍ문화의 관문 황간역
관광ㆍ문화의 관문 황간역
  • 정창훈
  • 승인 2013.09.29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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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추석 전날 대전에서 황간으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오는 아들을 마중 나갔다. 1시 50분 황간역에 도착했지만 대전에서 승하차 승객이 많아서 20분 지연된다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그런데도, 부산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타려는 손님이나 마중을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아 보였다. 예술촌이 된 역사(驛舍)때문이다. 이제는 간이역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황간역을 다시 찾은 것이 얼마 만인가. 더 높은 가을 하늘, 따사한 햇살, 선선한 바람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아름다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이곳에서 한문수라는 시인의 ‘황간역’이라는 시를 커다란 단지에 적고 있는 역장을 만났다.

 황간역이 이 같은 변화를 시도하게 된 데에는 작년 말 부임한 강병규 역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철도청에 근무하면서 문화ㆍ관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으며 경북 순환관광 트레인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철도역이 다만 교통의 관문이 아닌 관광, 문화의 관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간역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역 광장에서 ‘간이역 작은 음악회’를 열고, 지역 주민과 철도 이용객들에게 색소폰과 바이올린, 오카리나 연주, 시 낭송회 등 한여름 밤의 이색적인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또 황간지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주제로 한 70여 점의 사진작품과 1950년대의 황간역사 모형, 야생화 분재, 초가지붕에 둥근 박이 열린 원두막, 포도 아치 등 이색적인 볼거리도 풍성하다. 음악회와 사진전은 이 지역 황간중학교 출신 모임 ‘황간마실’ 회원들이 마련했고, 역 대합실에는 황간역장이 직접 만든 옛 역사의 풍경을 담은 미니어처에는 서울로 돈 벌러 떠나는 아버지와 배웅하는 아내, 그리고 몰래 담장을 넘는 학생의 모습까지 70년대 황간역의 풍경이 재미있게 담겨 있다.

 황간역뿐만 아니라 기차역은 한 시절 동안, 지역의 중심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는 길은 도로가 아닌 철도였고, 그렇게 떠났던 이들이 명절 때 선물을 가득 사들고 고향으로 찾아오던 길 또한 철도였다. 역전 광장은 이별과 만남의 장소였고, 다시 돌아온 고향 앞에서 가슴 설레던 장소였으며 온갖 물건들과 상인들이 모이던 곳이기도 했다.

 강 역장은 “내년부터는 자전거를 관광객들에게 무료대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월류봉, 반야사를 비롯한 주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일에는 ‘황간마실’ 회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로 외지에 살고 있는 이들은 주말마다 지역 관광자원 조사를 해 왔다.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관광 코스를 안내해 이들이 좀 더 자주, 오랜 시간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체험농가들과 연결을 해서 관광객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종합 관광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간역은 서울에서 시작해 부산까지 가는 우리나라 제1의 철도노선인 경부선(441.7km)의 정중앙지점과 거의 일치하는 226.2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경부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황간면, 추풍령면, 매곡면, 상촌면민의 철도교통 요충역할을 하며, 삼국시대 소라현, 이조시대 황청현 황간현으로 현감이 있던 지역으로 각종 문화재와 역사적 사료가 많은 곳이다. 열차를 이용해서 과거에서 현재를 즐기고 꿈을 꿀 수 있는 여행의 시작을 ‘황간역’은 준비돼 있다. 세계 속의 역사 관광도시 김해를 중심으로 인근 진영역, 한림역이나 삼랑진역 등도 이제 교통의 관문에서 관광과 문화가 공존하는 관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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