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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론
깨진 유리창 이론
  • 박중식
  • 승인 2013.09.24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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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식 김해외국어고등학교 교장
 1969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슬럼가의 한 골목에 차량 두 대를 세워둔다.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고 유리창을 조금 깼다. 1주일이 지난 후에, 보닛을 열어둔 차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차는 주요 부품이 사라지고 쓰레기가 쌓여 폐차처럼 됐다. 이 실험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기초가 된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은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에 의해 만들어진 범죄학 이론이다. 도시 변두리에 있는 한 주택을 유리창이 한 장 깨진 채로 두었다. 며칠 후에 행인들이 버려진 집으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린다. 깨진 유리창은 사소한 것이지만 망가진 채로 그냥 방치하면 더 큰 문제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의 요지는 사고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하며,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소홀하게 대응하며, 부적절한 대응은 오히려 더 나쁜 영향을 주게 되고, 문제가 커진 후 치료하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며, 제대로 대응하면 신뢰와 명성으로 큰 보상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이론은 환경을 바꾸면 범죄요인을 없앨 수 있다는 데까지 발전했다. 세계 금융가의 중심지인 뉴욕의 지하철은 뉴욕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90% 이상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지우고 공원과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5년 후에 뉴욕의 범죄는 75%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이 이론은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체계화했기에 거창한 학문적 이론이 됐지만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관계에 불과하며 이 이론에서 말하는 일들을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고 있다. 환경이 좋으면 일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조그마한 고장을 그대로 두면 결국 다 망가지게 된다. 평소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교사의 설명을 잘 듣지 않는 학생은 성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학생은 희망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 이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보잘것없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예방조치를 통해 부정적 심리가 없어지고 범죄나 실패의 대부분을 예방했다는데 있다.

 교육적 측면에서, 깨진 유리창의 이론은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학생의 학습 욕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게임이나 놀이 등 일탈 행위로 이어지고, 학습 결손이 생기면서 결국 학력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필자가 고등학교 교사이었을 때 학생의 학력을 높이기 위한 실제 경험담이다. 매달 모의고사를 치던 1980년대이었다. 내가 담임한 반이 3월과 4월 두 달 연속 총 6반 중에서 꼴찌를 했다. 5월 한 달 동안 조례와 종례 시간마다 양손을 만세 하듯이 하면서 ‘5등 하자’는 구호를 10번씩 복창했다. 5월 모의고사에서 4등을 했다. 6월은 ‘3등 하자’는 구호를 복창했다. 6월 모의고사에서 2등을 했고, 2학기 들어서는 담임한 학급이 드디어 1등을 했다. 물론 처음에 시작은 강압적으로 학습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게 됐고, 성취동기를 느끼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학생들 왈, “우리가 이렇게 공부 잘할 줄 몰랐다. 기적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심을 이용해서 학습의욕을 고취한 사소한 작은 노력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후 학년 말에는 큰 학력의 향상을 이루게 됐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자녀가 학습 능력은 좋지만 학업에 노력하지 않을 때 선의의 경쟁심, 상금, 상품, 여행과 같은 적절한 방안을 통해 학습의욕을 자극한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런 방법은 일시적이어야 하고 차츰 성취동기나 자존감을 높여서 스스로 학습하게 해야 한다. 작은 노력의 차이가 학습의 성패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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