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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기념회와 지역축제
출판 기념회와 지역축제
  • 정창훈
  • 승인 2013.09.15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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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창 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두 번째 시집 ‘스페로 스페라’를 출판하면서 주위에서 조촐한 출판기념회라도 열자고 한다. 올해 초 첫 번째 시집 ‘마음을 보다, 행복을 그리다’를 내고서는 가까운 지인의 사무실에서 과일동산으로 만든 케이크 위에 세상을 다 비출 것 같은 한줄기 촛불을 밝히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러브 미 텐더’를 들으면서 시낭송을 즐겼다. 영원히 잊지 못할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드디어 어둠에서 피어난 촛불 사이로 첫 시집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으며 세상에 탄생을 고했다. 그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2집을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는 꼭 열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요즘 예산 심의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열풍을 이루고 있다. 몇몇 의원은 이미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모 의원은 서울과 지역구에서 두번 이나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책을 펴내면 주위의 지인들과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에는 영리 목적으로 책을 발간하던 시기도 아니었고 저자는 대부분 이름난 학자들로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는 격조 높은 대화가 오고갔다.

 활자 인쇄술이 발달하고 서적 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어도 출판은 소수 지식인과 부자들의 세계에 머물렀다. 유럽에서 독서의 대중화는 낭독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철도가 이동시간을 줄이며 저자들은 각 지역을 돌며 낭독회를 열었다.

 순회낭독회의 대표주자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로 영국 전역은 물론 바다 건너 미국의 대도시에서 낭독회를 열어 독자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눴다.

 현자의 전유물 격이던 저술활동은 자본과 만나 어중이떠중이의 출판기념회를 낳았다.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의 졸부들을 중심으로 호화판 출간파티가 유행처럼 번졌다. 책을 냈다는 명예를 사기 위해서다. 미국 시인 제임스 릴리는 “이름을 떨치려 책을 출판하는 자는 시선을 끌려고 시장에 가는 자와 같다”며 허욕을 경계했건만 집필의 명예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한국인의 책에 대한 관심은 남다른가 보다. 1955년 박인환이 첫 시집을 냈다. 문인들이 드나들던 명동 동방살롱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시집 출간이 귀하던 시절이라 많은 예술인이 정장을 하고 모였다. 축사와 시 낭독이 끝나자 가수 현인이 감미롭게 샹송을 불렀다. “브라보, 오늘의 시인 박인환을 위하여”라며 술잔이 오갔다. 그 시절 출판기념회는 주머니 가벼운 문인들이 모처럼 신나게 먹고 마시는 축제였다.

 김해에서도 매년 평생학습축제가 열리고 있다. 작년 10월에도 평생학습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시민의 복지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축제인 ‘2012 김해 평생학습ㆍ복지 어울림마당’을 대성동 고분군 일원에서 개최했다. 주요 행사로 기획마당에는 평소 평생학습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동아리경연대회와 체험마당에서는 김해도서관을 비롯한 66개 기관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해 체험할 수 있는 우리말 퍼즐, 점자 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과 김해시의 평생학습ㆍ복지관련 정책과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테마홍보관이 별도로 운영됐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출판기념회는 그냥 소박하다. 특별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 지역 단위의 크고 작은 축제에 지역문인들을 알리고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한다.

 나름대로 격식 있는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것은 작가 개인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시 관계자는 축제의 주인공인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웃들을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에 출판기념회를 함께한다면 기분 좋은 축제의 한 장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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