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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신청 김해 대성동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신청 김해 대성동 고분군
  • 박세진 기자
  • 승인 2013.09.02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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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뿌리’ 가야의 정체성ㆍ독창성 세계 인정받는다
▲ 대성동 고분군 왼쪽으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는 고분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고분박물관은 2003년 8월 개관 이후 매년 20만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가야문화사 연구와 교육, 전시 중심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금관가야 왕ㆍ지배층ㆍ피지배층 묘역 최대 고분군
동북아 문화권 교류 증거… 등재 여부 올말 확정 예상
日 수장급 무덤 부장된 파형동기 출토 국내서 유일

 문화재청이 김해 대성동 고분군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 신청하기로 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여부는 올 연말께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성동 고분군은 4세기 금관가야의 최대 고분군으로 1991년 1월 사적 제341호로 지정됐다.
 왕과 지배층의 묘역으로 지금까지 10여 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136기 이상의 고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용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금동제 허리띠와 방패 장식인 파형동기, 말 방울 등의 유물이 출토되는 등 1천500년 전 동북아시아 문화권의 고대국가 형성을 엿볼 수 있다.
 또 동북아시아권의 문화와 사상이 교류한 것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역사적 증거이기도 하다.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신청을 계기로 대성동 고분군의 세계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의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 금동제 용문허리띠. 중국의 동진에서 만든금동제 허리띠의 끝 장신구다. 두 마리의 용이 마주보고 있는데 한 마리는 용머리만 있다.
 세계 유산적 가치

 대성동 고분군은 금관가야(가락국)의 왕과 지배층, 그리고 주변 피지배층의 묘역이다.

 삼국유사에 가야 각국들 중 유일하게 왕력과 건국신화가 기록된 금관가야의 실체를 증명하는 유적이기도 하다.

 특히 금동관과 청동솥, 금동제 허리띠, 금동제 말갖춤, 청동그릇, 서역계 유리편, 칠기 등 중국대륙계 유물들은 대성동 고분군에서만 확인됐다.

 여기에 바람개비모양 청동기(파형동기), 원통모양 청동기(통형동기), 가락바퀴모양(방추자형) 석제품, 청동화살촉 등 일본계 위세품 중 2종 이상 부장되는 무덤이 복수로 존재하는 것도 한반도에서 오직 대성동 고분군뿐이다.

 따라서 대성동 고분군은 3~5세기 전의 금관가야와 동북아시아 교류의 실태를 밝히는 독보적인 유적이라 할 수 있다.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바람개비모양 청동기 12점과 원통모양 청동기 3점, 가락바퀴모양 석제품 2점, 청동화살촉 5점 등의 조합은 일본에서도 아직까지 조사된 예가 없다.

 이에 따라 일본의 고분문화와 고대국가 성립에 백제보다는 금관가야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가야, 신라권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순장이 대성동 고분군에서 확인되며 특히 대성동 91호와 88호에서 조사된 충전토 순장은 고령 지산동 73, 75호보다 50년 이상 빠른 것이다.

 이러한 순장 형식뿐만 아니라 대가야토기 역시 금관가야에 그 원류를 두고 있다.

 대성동 구릉에서 확인된 고인돌과 패총을 통해서는 가야 이전부터 대성동 고분군은 고대 김해인의 삶의 중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성동 고분군은 밭을 갈다가 유구(遺構) 일부가 노출됨으로써 발굴조사를 서두르게 됐다.

 1990년 6~7월, 1990년 9월~1991년 4월 등 당시 2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1차에서는 4세기 말~5세기 초 금관가야의 왕급 무덤 2기를, 2차에서는 3세기 후반~5세기 전반에 이르는 다수의 왕후묘가 포함된 37기의 각종 분묘를 발굴조사해 한국 고대사에서 공백으로 남은 4세기 전후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됐다.

 당시 덧널무덤 20기, 널무덤 9기, 돌방무덤 8기, 독무덤 2기 등 39기를 발굴했으며 이 중 무덤의 너비 길이가 8m 전후나 되는 초대형이 포함된 3세기 후반~5세기 전반의 왕후 덧널무덤에 관심이 집중됐다.

 20기의 덧널무덤들은 연대 추이에 따라 각기 다른 구조적 특징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한대(漢代) 덧널무덤, 낙랑 덧널무덤, 남시베리아의 파지리크고분, 몽골 북부의 노인울라고분 등과 같은 북방 유목민족의 덧널무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토된 유물 중에는 이제까지 5세기 이후의 고분에서만 출토된 마구와 갑주 등이 4세기 중엽의 고분에서 출토됐다는 사실로 미뤄 가야지역에서는 늦어도 4세기 중엽에 기마술이 보급됐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추가 발굴과정을 거치며 2003년 8월 대성동 고분박물관이 개관했다.

▲ 금동제 용문 말띠꾸미개(대성동 91호분). 여러 줄의 말띠를 연결시켜 준다. 가운데에 입을 벌린 용머리가 위치하고 그 주변으로 용비늘로 표현된 몸체가 둘러져 있다.
 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 신청까지

 문화재청은 지난달 2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분과위원회를 열어 경남도가 신청한 대성동 고분군과 함안 말이산 고분군 등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사무국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 신청할 것을 결정했다.

 도는 지난해 4월 가야유적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용역을 경남발전연구원에 줬다. 올 2월 말까지 도내 가야관련 유적 642곳을 연구한 결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대성동 고분군과 말이산 고분군을 등재 대상으로 선정했다.

 아라가야 시대에 조성된 말이산 고분군은 사적 제515호로 함안군 가야읍을 둘러싼 해발 68m 말이산 52만 5천여㎡ 규모에 있다. 1천여 기의 고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는 이들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 규명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올해 말까지 2차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오는 11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도는 지난 6월 27일 문화재청에 가야 고분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도록 해달라고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지난달 16일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타당성 검토를 위한 현장조사를 해갔다.

 이런 가운데 대성동 고분군이 위치한 김해시에서도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성동 고분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김해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앞서 김맹곤 김해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해의 뿌리인 가야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유적 보존과 관리를 위해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관광객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맹곤 김해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대성동 고분군은 일본에서만 발견됐던 파형동기가 출토되는 등 일본과의 교역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사적 사료”라며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역으로 선정된 말레이시아 페낭시를 벤치마킹하는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해시는 대성동 고분박물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30일 작년 대성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중요 유물과 현재 발굴 중인 8차 조사 성과를 공개했다.

 박물관 기획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회에서는 지난해 발굴된 4세기대 왕급 무덤인 88호분과 91호분에서 출토된 용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금동제 유물 등 총 150여점의 유물이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전시돼 있다.

 91호분에서는 중국 모용선비가 세운 삼연(三燕)의 금동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말 방울 5점과 용문양이 새겨진 금동제의 말 장식 2점을 비롯해 용도불명의 마구로 추정되는 각종 유물 10여 점이 나왔다.

 88호분에서는 방패에 붙이는 장식인 파형동기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2점이 한꺼번에 발굴됐는데 일본의 사례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중국 진나라의 금동제 허리띠장식 4점도 발굴됐다.

 이번에 공개된 중요 유물로는 금동제 용문허리띠와 91호분에서 출토된 금동제 용문 말띠꾸미개, 88호분에서 나온 바람개비모양 청동기 등을 들 수 있다.

 금동제 용문허리띠는 중국의 동진에서 만든 금동제 허리띠의 끝 장신구다. 두 마리의 용이 마주보고 있는데 한 마리는 용머리만 있다.

 금동제 용문 말띠꾸미개는 여러 줄의 말띠를 연결시켜 준다. 가운데에 입을 벌린 용머리가 위치하고 그 주변으로 용비늘로 표현된 몸체가 둘러져 있다. 비슷한 것이 중국 라마동유적과 고구려 태왕릉에 있다.

 파형동기로 불리는 바람개비모양 청동기는 일본의 수장급 무덤에만 부장되는 유물로 국내에서는 대성동 고분군에서만 출토된다. 용도는 방패나 화살통 장식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개관 10주년을 맞아 김해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중일 3국의 학자가 참여해 작년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가야의 활발한 대외교류 실태와 우수한 문화를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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