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8:16 (토)
주는 사람이 더 성공하는 세상
주는 사람이 더 성공하는 세상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07.18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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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한열의 이 생각 저 생각 (편집국장 직대)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며 상식을 뒤집은 책이 미국 출판계에 인기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가 뉴욕 타임즈와 월 스트리트 저널의 베스트 셀러, 아마존과 애플에서 이달의 최고 책에 뽑혔다. 성공의 혁명적인 접근이 `주는 것`이라면 독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믿는 제로섬 같은 세상에서 너무 허약한 설정이다. 그렇지만 `이기는 양보`를 하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고 한다면 성공하려고 박 터지는 세상에서 귀가 솔깃할 만하다.

 이 책에서 주는 여러 교훈을 놔두고라도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왜곡된 사회에서 그나마 패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면 책값은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약속이나 한 듯이 남들보다 먼저 많이 가져 성공해야 한다는 `룰`이 퍼져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이 룰에 예속돼 앞으로만 질주하는 모양새다. 여하튼 바쁜 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을 돕고, 아낌없이 주는 인간이 충분히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심지어는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낸 `기브앤테이크`를 여러 사람에게 `기브`하고 싶다.

 `주는 사람`과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끌릴까. 당연히 `주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연스레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 쪽으로 기우는 자신을 볼 수 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내 것만 챙겨도 살기 힘든데, 네 것을 먼저 챙겨 주라면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성공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면 위만 보면 된다. 위만 본다는 건 주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성공 사다리 꼭대기에 주는 사람이 더 많다고 강변한다.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이게 사실이면 `살만한 좋은 세상이다`고 한마디는 할 만하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많은 동부 사람들이 서부의 금광을 먼저 차지하려고 이동했다. 노다지를 캐겠다는 바람 때문에 포장마차를 쉼 없이 몰았다. 먼저 도착하면 먼저 가진다는 뻔한 룰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일주일에 하루는 쉬고 남을 배려하면서 서부로 나아갔다. 그러면 어느 부류가 먼저 서부에 도착했을까. 무조건 달린 쪽과 쉬면서 달린 쪽 가운데. 정답은 배려하면서 달린 사람들이다. 아마 노란 금맥을 먼저 차지하겠다고 말을 줄곧 몰았지만 도중에 병이 나고, 말이 지쳐 뒤처지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중도에 주저앉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일이? 승자 독식 시대에 종말을 선언한 이 책에서 시원한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는 독한 사람과 거기에 꿀려 사는 착한 사람만 있다고 하면 너무 인정머리 없는 나눔일까. 대체로 독한 사람이 일을 척척 잘하고 능력 맨으로 보이고 착한 사람은 무능하고 지지리 못나게 보인다. 세상을 살면서 헌신, 양보, 배려, 희생, 관용 등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회의를 품은 많은 착한 사람들에게 `허약하게 보이는 것`이 강력한 성공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는 믿음이 넘친다면 건강한 사회다. 주고받는 순서가 바로잡혀 있어야 살맛나는 세상이다. 승자들이 만들어 놓은 뻔한 룰이 자주 뒤집어지고 실제 그렇게 되는 세상이 돼야 한다.

 경남 도시지역 어디에서나 주차난은 심각하다. 어느 창원시민은 늦게 퇴근한 후 별 어려움 없이 주차하고 집에 들어가면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여긴다고 한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어김없이 집 주위를 여러 차례 뱅뱅 돈다고 푸념한다. 차를 댈 곳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이럴 때 더 열 받는 것은 이웃들이 자신들의 집 앞에 자기 차만 대려고 내놓은 타이어, 플라스틱 통이 버젓이 주차를 막을 때란다. "에이, 자기 것만 챙기는 속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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