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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9>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9>
  • 서휘산
  • 승인 2013.07.15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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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9)

 전봉준은 아예 몸을 방패삼아 사내들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작두가 백지한을 습격했을 때 불원간에 나타났다는 그 전봉준! 그 사건 이후 모습을 감췄으나 천하장사 강봉걸을 꺾은 현시대 최고의 장사였다. 그 장사가 사내들이 휘두르는 몽둥이와 칼을 맞으며 사내들을 잡으려고 막무가내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사내들의 타격 목표물에 불과할 뿐 더 이상 전사는 아니였다. 그에게 남은 건 이제 수련에 대한 그리움과 생에 대한 체념 뿐…….

 `저 자식이 왜 여길……?`

 나팔호가 놀라고 있는 순간에 몽둥이로 몸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나고 결국 전봉준의 육중한 몸이 무너지고 말았다.

 사내 하나가 다가가 전봉준의 목을 발로 눌렀다.

 "이 새끼 겁대가리 없이."

 이방언이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걷고 일어난 건 그 때다. 그는 일어서자마자 비웃음을 머금은 채 전봉준을 밟고 있던 사내의 턱을 쳤다.

 "퍽!"

 "쿵!"

 불의의 가격을 받은 사내가 나뒹굴자.

 "이런 니미럴!"

 한 사내가 회칼을 휙 하고 그었다. 칼은 이방언의 왼쪽 뺨을 깊숙이 그었고 피가 튀었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이방언은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회칼을 그은 사내에게 다가섰다. 그러나 이젠 역부족이다. 뒤에 있던 사내의 몽둥이가 허공을 가르더니 이방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윽!"

 갈비뼈가 통째로 부러진 이방언이 무너졌고, 또 다른 몽둥이 하나가 무너진 이방언의 머리를 덮쳤다.

 "퍼석!"

 머리통이 부서진 이방언은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독사눈을 뜨고 사내가 다시 몽둥이를 번쩍 쳐들었다. 이번 목표물은 전봉준의 머리였다.

 `제 무덤을 스스로 팠구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팔호가 돌아서는데 수련이 빗속을 뚫고 달려오며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죽이지 말아요!"

 그 외침에 도끼처럼 세워져 있던 사내의 쇠몽둥이가 공중에서 멈췄고, 수련이 나팔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시소."

 "……!"

 나팔호가 뚱한 눈으로 수련을 내려다보았다.

 "살려주시소."

 수련이 울먹이며 재차 애걸하자 나팔호가 물었다.

 "왜?"

 "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한단 말입니더."

 "그래에?"

 나팔호의 입가에 잔인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웃음이 지나갔다.

 `전봉준이를 이용하면…….`

 결정적인 순간마다 퇴짜를 놓는 수련을 이제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빠르게 입력된 것이다. 나팔호가 사내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병원으로 데려가라."

 

창원 상림동에 있는 경남도청 정문에서 택시를 내린 백지한이 경찰청 쪽으로 향하자, 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우산을 받고 서있던 여인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밤 9시 50분이 조금 지나있었다. 백지한이 무관심한 얼굴로 힐끗 바라보고 그냥 지나치려하자 여인이 큰 소리로 불렀다.

 "저 선생님."

 "……?"

 백지한이 주춤 멈춰 서자 여인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우산을 받쳐주며 불쑥 물었다.

 "나팔호 청장을 찾으시죠?"

 "……!"

 백지한이 눈을 치켜 떴고, 작은 키에 둥그스럼한 얼굴을 가진 여인은 빙긋 웃었다.

 "절 이상하게 보지 말아요."

 "……?"

 "선생님을 돕고 싶을 뿐……."

 "……?"

 나팔호를 찾아 헤매던 백지한에게 제보를 해주고 있는 이 아가씨는 무궁사의 신도로서, 바로 영봉의 사자(使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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