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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8>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8>
  • 서휘산
  • 승인 2013.07.1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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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8)

 "아이고!"

 사내가 코를 쥐고 주저앉는 사이 이방언은 남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리를 뻗었다. 그러나 사내는 두 손으로 이방언의 발을 막고 사타구니를 차올렸다.

 "욱!"

 이방언이 배꼽으로 차오르는 통증에 숨을 멈추고 스르르 주저앉자 사내는 마치 춤을 추듯 몸을 돌려 전봉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전봉준의 명치를 향해 발끝을 세워 쭉 뻗어왔다. 전봉준이 탄력적으로 몸을 곧추세웠고 사내의 발을 목표점에서 벗어나 전봉준의 배꼽을 찍었다. 다가선 전봉준이 왼손을 뻗어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허리끈을 잡아 머리위로 사내를 들어올렸다.

 "어어어……."

 겁먹은 사내가 비명을 질러댔고 2층과 3층에서 사내들이 몰려 내려왔다. 모두 여섯 명이다. 전봉준은 좌측 계단을 내려오는 사내들을 향해 머리 위의 사내를 내던졌다.

 "으아악!"

 날아간 사내가 앞장을 선 사내의 가슴팍에 떨어졌고 앞장선 사내가 뒤로 무너졌다. 그리고 탄력을 받아 뒤따르던 사내들이 넘어진 사내들에 걸려 나뒹굴었다.

 "이놈들!"

 분노한 전봉준이 눈에 불을 키고 계단 끝으로 다가갔다. 그 때 여자의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놈 죽여라."

 주인 여자의 겁에 질린 비명이었다. 그 소리와 함께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온 사내 셋이 몰려왔다. 그들은 제각기 회칼과 몽둥이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 새끼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덮쳐오는 사내들을 향해 전봉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굽히더니 넘어진 사내의 머리칼과 허리끈을 잡아 머리위로 들어올렸다.

 "덤벼봐라. 이 새끼들아."

 그리고 내던졌다. 날아간 희생물은 앞장선 사내를 정통으로 맞혔고 목표물이 된 사내는 어어 하다가 날아온 사내를 안고 뒤로 넘어갔다.

 그러나…….

 사태는 절망적이었다. 나머지 두 사내들이 순식간에 다가와 전봉준의 앞뒤로 선 것이었다. 그들은 칼과 몽둥이를 다잡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걸 보고 땅바닥에 뒹굴고 있던 사내들도 용기 백배해 일어나 전봉준을 에워쌌다.

 그제야 전봉준은 흠뻑 비에 젖은 몸이 굳어옴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이 체격이 크고 히이 장사라 하더라도 흉기로 무장한 조직 앞에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 순간 그는 백지한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밤 안민고개에서의 그 현란한 몸짓을…….

 백지한이라면 오늘 수련을 무사히 구출해 데려나갈 수 잇을 것이다. 그는 백지한을 한없이 그리워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이야아아아-."

 씨름판으로 막 들어설 때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두려움을 털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행동이다.

 방음장치가 된 수련의 기방에서 호시탐탐 수련의 몸을 노리며 술을 마시고 있던 나팔호가 바깥의 소란에 관심을 보인 건 그 순간이었다. 전봉준의 포효가 희미하게 들려오자 귀를 세운 그가 인터폰을 누르고 소리를 질렀다.

 "마담 들어오라 그래!"

 "예. 청장님."

 곧 주인 여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들어왔다.

 "뭔 소리야?"

 버럭 소리를 지리는 나팔호를 바라보며 여자가 이마를 훔쳤다.

 "글세 웬 곰 같은 놈들이 와 가지고……."

 "……!"

 수련이 흠칫 놀랐고 나팔호가 재차 목청을 높였다.

 "왜?"

 "모르겠심더."

 "이런!"

 나팔호가 벌떡 일어서더니 문밖으로 나가 신발을 꾀 신었다. 그렇게 바삐 나가는 나팔호의 등뒤로 전봉준의 커다란 덩치와, 정의와 연민으로 불타는 부리부리한 두 눈이 수련의 눈에 겹쳐지고 있었다.

 나팔호가 정원으로 나서자 사내 하나가 재빨리 다가와 우산을 받쳐들었다.

 `저 놈은……!`

 나팔호가 놀라 전봉준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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