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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7>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7>
  • 서휘산
  • 승인 2013.07.11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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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7)

 그들은 벚나무로 우거진 숲속길을 걸어 해향으로 다가갔다.

 "수련 씨가 거그 있으면 어떻게 헐라요?"

 몇 발자국 입을 다물고 걷던 이방언이 불쑥 물었고 전봉준의 대답이 공허했다.

 "델꼬 와야재."

 "강제로 말이어라?"

 "………."

 전봉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는 수련이 그곳에 있어도 절망, 없어도 절망이었다. 천사라고 밖에는 더 이상 표현할 말이 없는 밝고 맑았던 수련…….

 그 수련이 환락의 상징인 요정에 있다면…….

 경위를 따지기 이전에 그건 전봉준에게 절망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그곳에 없다면…….

 그것 역시 그에게는 또 한번의 절망인 것이다. 보고싶은 마음에 앞뒤 가릴 것 없이 달려왔지만 그의 가슴은 지금 이 순간 어쩔 수 없는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찾아봐야 했다. 찾아서 있다면 타락의 나락에서 건져내야 하고, 없다면 또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한다. 전봉준이 만감이 교차하는 가슴에 손을 대는 별안간, 엷은 구름으로 가려있던 별들을 먹물 구름이 빠른 속도로 잠식해버렸다. 그리고 곧 비가 투닥투닥 떨어지고 순식간에 벚꽃망울마다에 눈물이 맺혔다.

 "제기랄, 무담시 비가 온디야."

 불길한 직감에 사로잡힌 이방언이 투덜거렸으나 전봉준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후 그들은 망리 없었다. 사실 전봉준도 자연의 이 갑작스런 변화에 뭔가 비장한 예감과 맞닥뜨리고 있었으나 이방언 앞에서 그걸 입밖에 낼 수 없어 잠자코 걷고 있는 것이었다.

 `이 대자연이 우리에게 멀 알키줄라 헌당가?`

 전봉준은 일찍이 인간을 소 우주로 알고 있었다. 우주는 인간정신의 집합체요, 인간 하나하나는 대자연을 생명으로 표출시키는 개체라고 배운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 위대함이 우주와 같으며,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마저 대자연과 같다는 말일 것이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봄비를 맞으며 10분 정도를 걸었을 때 하얀 건물이 나타났다. 3층짜리인 해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름다리 벚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평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정문으로 다가서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청년 세명이 갑자기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 건장했으나 전봉준만큼은 안되었다. 그 중 콧날이 없고 입술이 두터워 마치 흑인을 연상시키는 사내가 엄중히 물었다.

 "당신들 뭐요?"

 전봉준이 대답했다.

 "사람을 찾고 있소."

 "사람?"

 "그래요."

 "누구?"

 전봉준이 우직하게도 대답했다.

 "나팔호 청장이 요새 푹 빠져있다는 아가씨 말입니다."

 그 순간 사내의 눈이 위아래로 흔들리더니 나머지 사내 둘이 사납게 나왔다.

 "이새끼들 아주 건방진 놈들이네."

 "왜 느거들이 청장님의 여자를 찾는거여?"

 이방언이 전봉준의 앞으로 나섰다.

 "좌우당간에 우린 찾아봐야겄소."

 "이 씨발놈이."

 개중 어리고 단단해 뵈는 사내가 이방언의 멱살을 잡았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방언은 멱살잡은 사내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나가 그것까지는 알 필요 없응께 비켜."

 사내의 손목이 꺾이는 소리가 뚜두둑 남과 동시에 비명이 터졌다.

 "으아악!"

 "뭐여!?"

 콧날이 꺼진 사내가 허물어지는 사내를 보았고 전봉준이 경고했다.

 "더 당하기 전에 비켜."

 "뭐 이새끼가 정말."

 사내가 날린 주먹이 전봉준의 턱을 강타했다. 그러나 전봉준은 까딱도 않고 사내에게 다가섰다.

 "존 말로는 안되겠구마."

 그리고 커다란 주먹이 날았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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