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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6>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6>
  • 서휘산
  • 승인 2013.07.10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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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6)
 "알고 봉께 그 놈이 바로 작두파의 똘마니라고 그랍디다."

 "그래에?!"

 전봉준의 눈이 커졌다.

 "그래 그 새끼가 뭔 얘기를 좀 하디?"

 "그라서 나가 요래 달려온 거 아이다요."

 전봉준이 마른침을 삼켰고 이방언은 자랑스럽게 웃었다.

 "무지무지허게 큰 소식이지라."

 "뜸들이지 말고 빨랑 말해봐 시꺄."

 "작두를 움직이는 몸통을 알아냈지라."

 "……!"

 "바로 경찰청장이라 합디다."

 "뭐어!"

 기가 막힌 전봉준이 입을 벌린 채 이방언을 바라보았다.

 "바로 요 마산에 있는 경남ㆍ지방ㆍ경찰ㆍ청장."

 이방언이 말을 똑똑 끊어서 확인해 주는 사이 전봉준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그랬구나……!`

 백지한이 퇴원한 직후 경찰청을 찾아가던 뒷모습이 생생했다.

 "그란디 그 청장이란 새끼가 요새 어떤 계집헌테 푹 빠져부렀다고 헙디다."

 "뭐?"

 전봉준이 눈을 부라리고 일어섰다.

 "계집?"

 "예. 계집."

 이방언이 따라 일어서며 확인해 주자 전봉준의 눈앞으로 수련의 화사한 얼굴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가 사라졌다.

 "어떤 계집?"

 "해향이라고 허는 요정에 있는 계집이라고 헙디다."

 "요정?"

 전봉준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진해에 있다고 그랍디다."

 "가 보자."

 마음 급한 전봉준이 발을 떼자 이방언이 소매를 잡았다.

 "아따 성님도……."

 "왜 임마?"

 "거그는 우리겉은 놈들은 얼씬도 못한다 안허요."

 "왜?"

 "돈허고 빽 있는 놈들만을 상대로 회원제로 운영헌다 헙디다."

 "………."

 "그라고 수련 씨같은 천사가 그런 요정에 가 있을 리도 만무허고……."

 "………."

 "안 그라요?"

 "그래도 확인해 봐야재. 사람일이란거이……."

 "허긴 여자가 한을 품으면 뭔 짓인들 못허겄소."

 

수련을 만난 이후로 나팔호는 매일 두 곳으로 출근했다. 아침에는 경찰청으로, 그리고 저녁에는 해향으로.

 50줄에 접어든 나팔호에게 이제 스물 두 살의 수련은 깊은 산 약수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수련이 나팔호의 애간장을 태웠다.

 저녁 내내 마치 그의 젊은 애인이나 첩처럼 갖은 교태와 아양을 떨며 몸을 달아오르게 하던 수련이 결정적 순간마다 퇴짜를 놓은 것이었다. 이날도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퇴짜를 맞은 나팔호는 여느 때처럼 끓어오르는 욕정을 누르지 못하고 짜증을 냈다.

 "정말 왜 이래? 너 내가 싫은 거냐?"

 "아이 자기두. 지금 내 마음은 온통 자기밖에 없다는 걸 몰라서 묻는거야?"

 "그럼 왜 그래?"

 "아이 그러지 마. 그렇게 화내면 무섭단 말이야."

 어린애 달래듯 코끝에 키스하는 수련의 마소에 나팔호의 간장이 다 녹아 내렸다.

 "알았어, 알았어. 화내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은……."

 "자기 안타까운 마음 다 알아요. 그치만 난 자기 속마음을 다 알기 전에는 주지 않을 거야."

 "뭘?"

 "아잉 다 알면서."

 수련은 넓적한 나팔호의 가슴을 통통 치며 얼굴을 붉혔다.

 

전봉준이 이방언을 데리고 진해 장복산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가 넘어있었다. 산기슭을 온통 덮고있는 벚나무엔 꽃망울이 한창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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