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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5>
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175>
  • 서휘산
  • 승인 2013.07.10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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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떨어지는 한 떨기 꽃 (5)
 “기다려 보세. 현명한 아이니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내 걱정이 너무 크네.”

 “그러게 내 뭐라든가. 아이의 청을 들어주라고 그렇게 주지시켰건만.”

 “또 그 얘긴가?”

 백지한이 눈을 치켜 떴다. 그러나 영봉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다시 또 만나면 이번엔 잘해 주게.”

 “………”

 “아니면 잊든가.”

 “잊다니?”

 “자네에게 외면 당하고 충격이 컸을 걸세.”

 “그래서 완전히 떠났다고?”

 “그럴 수도 있지.”

 영봉의 말에 어깨를 늘어뜨렸던 백지한이 영봉을 바라보았다. 그 눈이 사뭇 지글거렸다.

 “나는 찾겠네.”

 “다시 만나면 그 아이의 청을 받아들인다는 의지로 받아들여도 되나?”

 “……!”

 영봉의 의미심장한 말에 백지한이 숨을 멈췄다.

 “……….”

 장시간의 침묵이 흘렀고, 백지한이 그 침묵을 깼다.

 “자넨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영봉이 고개를 저었다.

 “짐작만 할뿐이네.”

 “어딘가?”

 백지한이 영봉의 넓은 소맷자락을 잡았다.

 “찾아도 자넨 괴로울 걸세.”

 영봉이 그를 외면하며 하늘을 보았다.

 “아이를 찾을 수만 있다면!”

 떨리는 백지한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약속하게.”

 “뭘?”

 “수련화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더라도 화내지도 말고, 놀래지도 말고, 또 이번엔 꼭 수련화를 받아들이겠다고.”

 말끝에 영봉이 백지한을 바라보았다. 거역할 수 없는 엄한 눈초리다. 백지한이 그 눈을 맞받았다.

 “알려만 주게.”

 영봉이 다짐을 받았다.

 “약속한 걸세?”

 백지한의 머리가 끄덕였다. 이윽고 영봉이 입을 열었다.

 “나팔호를 밟아보게.”

 “……?!”

 백지한의 몸이 얼어붙었다.

 “십중팔구 그 놈을 찾아갔을 걸세.”

 “왜?”

 울음에 가까운 백지한의 물음이 처절했다.

 “……….”

 영봉이 대답하지 않자 백지한이 급해졌다.

 “갔다 오겠네.”

 던지듯 말하고 그는 일주문을 향해 뛰었다. 그의 머리엔 온통 아이밖에 없었다.

 ‘그 애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겼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상상에 그는 오만상을 찡그리다 머리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그러나 영봉의 다짐받던 그 마지막 말들에 그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 위암으로 죽어가던 아이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가 눈물나게 보고싶었다. 너무나 해맑아 그의 번민을 눈 녹듯 사라져버리게 하던 아이…….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버스는 너무나 느렸고, 그의 눈빛은 갈수록 그리워지고 있었다.

 

“성님.”

 이방언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으나 전봉준은 눈을 지긋이 감은체 기다렸다.

 “뭘 좀 잡수긴 했다요?”

 그렇게 살갑게 묻고 이방언은 전봉준이 앉아있는 나무벤치에 엉덩이를 놓았다. 창원 외동에 있는 올림픽 공원이다. 대답이 없던 전봉준이 이방언을 맥없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그래 희소식이란 거이 뭐냐?”

 “오늘 똘마니 한 놈을 그양 만나부렀오.”

 “똘마니라니?”

 전봉준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 나가 오늘 호덩이허고 술을 한 잔 헌다고 안합디요?”

 “그런디?”

 “시장거리에서 우연케도 호동이 친구 하나를 만났어라.”

 “그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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